의사·변호사의 나라에서 창조자의 나라로
- 각 분야가 AI와 융합할 때,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린다 -

조덕호((사)지구촌 정신문화포럼 대표)
(대구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이 줄줄이 의대와 법대로 향한다. 이과 1등은 의대, 문과 1등은 법대. 이것이 지금 이 나라의 민낯이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1조 원이 넘는 매출로 법조계 정상에 군림하고, 삼성서울병원은 연간 1조 6천억 원대의 의료수입을 올린다. 그 안의 변호사와 의사는 고소득의 대명사이고, 사회가 인정하는 성공의 상징이다. 그런데 나는 묻고 싶다. 그것이 진정 이 나라가 원하는 성공의 전부인가? 그들이 공대에 갔더라면, 인문대에 갔더라면 어떠했을까? 반도체 신화를 만들거나, 세계를 울리는 문학을 남겼을지 모른다. 가슴이 답답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의대와 법대 자체가 아니다. 의사도, 변호사도, 공학자도, 예술가도 모두가 인공지능(AI)과 손을 잡고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AI 시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화두다.
AI 시대, 모든 직업의 경계가 사라진다
지금 AI는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모든 직업의 울타리를 허물고 있다. 판례를 분석하고, 의료 영상을 판독하며,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걸러내는 일을 AI가 이미 수행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는 물론이고,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영역까지 AI가 파고드는 시대다.
이것이 의사와 변호사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의사는 더 많은 환자를 더 정확하게 치료하고, AI를 활용하는 변호사는 더 복잡한 사건을 더 빠르게 해결한다. AI 융합 의사는 단순한 치료자를 넘어 질병 예측과 맞춤형 치료의 설계자가 된다. AI 융합 변호사는 방대한 판례를 꿰뚫으며 사회적 정의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반면, AI의 흐름을 외면하는 전문직은 도태된다. 안정의 상징이던 전문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AI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AI와 융합하지 못해서다. 지금 수재들을 의대·법대로만 몰아넣으면서 'AI 이후'를 준비시키지 않는 것, 그것이 진짜 문제다.
창조하는 직업이 세상을 바꾼다
AI 시대의 진짜 승자는 '도구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만드는 사람'이다. AI를 설계하고, 반도체를 개발하며, 로봇 시스템을 구현하는 공학자와 과학자의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인간 고유의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빚어낸 문학과 예술의 가치도 AI 시대일수록 더욱 빛난다.
K-팝과 K-드라마가 세계를 정복한 것처럼, 우리 안에 잠든 위대한 공학자와 문호의 씨앗은 얼마나 많은가? 반도체 하나가 수십 개 병원보다 더 많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 한 편의 소설이 수천 건의 소송보다 더 많은 영혼을 흔든다. 그 씨앗들이 이 순간에도 수능 답안지 위에서 법대, 의대 원서만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다. 국가가 막대한 교육 자원을 투자해 길러낸 인재가 새로운 산업을 열지 못하고 기존 서비스 시장에서 소모되는 현실. 이 손실은 단순히 아깝다는 수준이 아니다. 세계를 선도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인식·제도·교육, 세 가지가 답이다
첫째, 인식을 바꿔야 한다. 'AI 융합 의사', 'AI 융합 변호사'는 물론이고 AI를 창조하는 공학자, 시대를 앞서는 예술가가 함께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의사가 아니었고, 일론 머스크는 변호사가 아니었다. 그들은 창조와 도전으로 세상을 바꿨다. 우리의 수재들도 그 길을 걸을 수 있다.
둘째, 제도로 뒷받침해야 한다. 의대·법대를 포함한 모든 학문 영역에 AI 융합 교육을 의무화하고, 이공계와 창의 분야 진학자에게 파격적인 장학 혜택을 주어야 한다. 정부와 대학은 AI·바이오·우주·양자컴퓨팅·신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창업 성공 청년이 사회적 존경을 받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암기하는 자가 아니라 연결하고 창조하는 자를 길러야 한다. AI 의료, AI 법률, AI 건축, AI 문학 —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사고를 훈련하는 교실로 바뀌어야 한다. 질문이 넘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협력으로 새것을 만들어 내는 교육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의 젊은 인재들이여. 지금 당신이 선택한 길이 어디든, 그 길 위에서 AI와 융합하는 창조자가 되어라. 의사라면 AI로 생명을 구하는 혁신가가 되고, 변호사라면 AI로 정의를 세우는 설계자가 되어라. 그리고 누군가는 AI 자체를 지배하는 공학자가, 누군가는 세계를 울리는 문호가, 누군가는 인류의 미래를 여는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 세계 선도국 대한민국, 홍익인간의 세상. 그것은 우리 청년들이 지금 어떤 꿈을 꾸느냐에 달려 있다. 이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짊어진 가장 무겁고 아름다운 숙명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