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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칼럼 ] 조덕호 명예교수 ' AI와 기본주권시대 '

주유소에서는 기름값을 내면서, 왜 내 데이터는 공짜인가?

 

AI와 기본주권시대

주유소에서는 기름값을 내면서, 왜 내 데이터는 공짜인가?         








조덕호(대구대학교 명예교수, 지구촌정신문화포럼 대표)

 


데이터, 4차 산업시대의 원유

 

  우리는 주유소에서 아무런 거부감 없이 기름값을 낸다. 값이 오르면 불평은 해도 "왜 돈을 내느냐"고 따지는 사람은 없다. 석유를 캐고 정제하고 운반하는 데 누군가의 자원과 노력이 들어갔다는 상식이 100년에 걸쳐 몸에 새겨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2차 산업사회의 원유가 석유였다면, 4차 산업시대의 원유는 무엇인가. 바로 데이터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엔진은 데이터라는 연료 없이는 단 1초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데이터의 근원적 유전(油田)은 다름 아닌 '개인'이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부터 검색하고, 결제하고, 이동하는 모든 순간마다 데이터라는 원유가 솟아난다.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개인정보부터 취향과 동선과 습관까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24시간 가동되는 유전인 셈이다.

 

5천만 유전에서 벌어지는 '무상 채굴'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주유소에서는 당연히 돈을 내면서, 기업과 정부는 국민이라는 유전에서 뽑아 올린 데이터를 쓰며 왜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가? 글로벌 IT 기업들의 막대한 이익의 상당 부분은 결국 이용자들이 무상으로 제공한 데이터를 정제해 만든 것이다. 남의 나라 유전에서 허락 없이 원유를 퍼가면 국제 분쟁감인데, 5천만 국민의 데이터 유전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상 채굴'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 기울어진 거래를 당연하게 여겨왔다.

 

기본소득은 시혜가 아니라 '데이터 배당'이자 국민권리이다

 

  이렇게 보면 기본소득을 포함한 기본사회에 대한 인식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현 정부가 기본사회를 지향하며 추진하는 기본소득을 여전히 많은 이들이 '나라가 베푸는 시혜''공짜 돈'으로 여긴다. 그러나 데이터가 원유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본소득은 시혜가 아니라 '데이터 배당'이며, 국민이 제공한 원유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다. 유전 지대의 주민이 자원 개발 이익을 배당받는 것을 시혜라 부르지 않듯이, 데이터 시대의 국민이 제 데이터의 경제적 과실을 나눠 받는 것은 은혜가 아니라 권리다.

 

  실제로 미국 알래스카주는 반세기 가까이 석유 수입을 주민에게 영구기금으로 배당해 왔다. 석유로 가능했던 일이 데이터로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데이터는 석유와 달리 써도 닳지 않고 나눌수록 더 큰 가치를 만드는 자원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발상이다.

 

기본주권 강화는 국민주권정부의 의무이다

 

   더 절박한 이유도 있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사회적 격차는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르게 벌어질 것이다. 데이터와 AI를 가진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간극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메울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된다. 국민 다수가 불행한 기술 강국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그래서 필자는 기본소득, 기본직업, 기본교육, 기본주택을 아우르는 '기본주권'의 대폭 강화를 제안한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국민이 감사히 받을 무엇이 아니라, 정부가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라는 점이다. 헌법 제1조가 선언하듯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데이터 시대에 그 목록에 '데이터 주권'이 더해지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 겨레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弘益人間)'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고 가르친다. 데이터의 열매가 소수에 독점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흘러가는 사회, 그것이 홍익인간의 현대적 실현이다. 데이터를 만든 국민과 이를 쓰는 기업·정부가 둘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임을 깨달을 때, 원효가 대승기신론소에서 주장한 일심사상(一心思想)처럼 갈등이 아닌 상생의 길이 열린다.

 

   주유소에서 기름값을 내는 것이 상식이듯이,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그 주인인 국민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날, 대한민국은 기술만 앞선 나라가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진정한 선도국으로 우뚝 설 것이며, AI시대의 국제표준을 제공할 수 있으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이제 바로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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