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고민과 안철수의 고민

  • 등록 2012.07.27 15: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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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된 지도자와 그렇지 못한 지도자의 차이는 실로 크다

세상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다 크고 작은 고민은 있게 마련이다. 지위가 높고 돈이 많다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어리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는 것도 아니다. 돈이 없는 사람은 없는 돈 때문에 고민이고 돈이 많은 사람은 그 돈을 지키기 위한 고민에 빠진다. 또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민한다. 지금 대선에 나선 가장 유력한 후보들도 각자 고민이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가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도 며칠 전에 있었던 신문방송편집인 초청 토론회에 나와서 자신의 고민을 토로한 바 있고 또 한명의 유력 후보 안철수 교수도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도 고민 중이라고 말을 해서 세인의 빈축을 샀다.

그런데 두 프로그램을 모두 시청한 결과, 두 사람의 고민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고민에는 우선 시간적인 차이가 있었고 이타적인 고민과 이기적인 고민이라는 차이점도 있었다. 박근혜의 고민은 대통령이 되고난 후의 일들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반해 안철수의 고민은 현재 상황 출마선언 여부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선에 나가느냐 마느냐 혹은 통합민주당의 경선은 어떻게 될까? 사방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결정하라고 주장질인데 덜커덕 출마 선언을 했다가 검증의 칼날이 사방에서 날아오면 어떻게 하나? 그런 장면이 현실로 다가 올 것은 뻔한데 차라리 대선 포기 선언을 해 버릴까? 하는 따위의 지지율 추이와 검증을 피할 방법이 고민일 뿐, 그 밖의 일은 아직 염두에도 없었다. 이건 심각한 일이다.

준비 된 지도자와 그렇지 못한 지도자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세종대왕은 대군 시절부터 화합의 정치, 자주국방, 문화 창달이라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고 왕이 되자 즉각 실천에 옮겼다. 부왕 태종 때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를 황희 정승 기용으로 화합의 정치로 바꿨다. 김종서를 함길도로 보내 육진을 개척, 서북의 국방을 공고히 했고 대마도를 정벌 왜구의 씨를 말렸다. 내적으로는 훈민정음 창제와 측우기 발명 등 백성의 생활 문화를 현격하게 향상시켰고 근면 자조 정신을 길러 조선을 부국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준비 안 된 임금 연산군은 어린 시절부터 포악한 성정 때문에 일찌감치 부왕의 눈 밖에 났고 그 때문에 임사홍 유자광 등의 힘을 업을 수밖에 없었다. 왕위에 올라서도 이들 간신들의 말만 듣고 방탕한 생활에 탐닉했다가 끝내 왕위를 잃고 국력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신문 방송 편집인 초청 토론회에서 고민이 있느냐? 꿈은 무엇이었느냐? 하는 패널의 질문에 박근혜 후보는 원래 꿈은 교사였지만 과학자가 필요한 우리나라 현실을 보고 전자공학을 택했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비명에 돌아가시고 난 후 본의 아니게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고충을 가진 사람,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 이후 그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그런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까를 고민하다 보니 그 사람들의 고충을 해소해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게 꿈이 되어버렸다고 답했다. 썩어빠진 정부를 바로 잡고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국민의 고통을 덜고자 분연히 혁명의 깃발을 세웠던 고 박정희 대통령과 대동소이한 꿈이었다.

그러나 힐링 캠프를 통해 바라 본 안철수의 고민과 꿈은 그것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고민도 유치하거니와 역사 인식도 크게 잘못됐다. 우선 그는 대한민국은 낭떠러지에 떨어졌다고 했다. 낭떠러지에 떨어진 대한민국을 구할 영웅으로 등극하고 싶은 욕심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은 한 번도 낭떠러지에 떨어진 적도 없고 떨어질 일도 없다. 떨어진 적이 있다면 조선말에 일제에 강점당한 일과 건국 후 6.25 사변을 당해 전 국토가 초토가 된 그 두 사건을 들 수 있겠지만 그 후로는 빠르건 느리건 발전을 계속해 온 대한민국이다. 굳이 덧붙인다면 어설픈 경제정책으로 IMF 관리체제에 빠뜨린 YS 정권과 북에 수억의 달러를 퍼주어 핵위협에 시달리게 만든 DJ 정권이 대한민국을 낭떠러지로 밀어 넣을 뻔했던 위험한 시기였을 뿐, 그 후로는 느리더라도 경제, 외교 국방 면에서 발전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낭떠러지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전쟁 후 원조를 받기는 했지만 5.16 혁명 이후 식량자급자족을 이뤘고 자원이라고는 없던 나라가 지금은 중화학공업과 세계1위의 IT 기술을 바탕으로 한 수출대국이 되었다. 봄이면 인구 3000만의 대부분이 굶던 나라가 GNP 20000 달러 국가가 되었는데 실업자가 증가하고 물가가 좀 치솟았다고 낭떠러지 운운하는 주장은 역사인식이 크게 잘못된 것일뿐더러 국민을 협박 우롱하는 망동에 지나지 않는다. 안철수가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우리나라를 경제 대국으로 만든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에 자신을 비교, 국가를 발전시킬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냉철히 판단하여 출마 여부를 결정질 일이지 비겁하게 책 한권 내놓고 반응 살피고 연예 프로에 한 번 나온 다음에 간이나 볼 일이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결심을 하게 된 동기를 묻는 패널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대선 출마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목표를 세운 후 홀로 결정할 일이지 남의 권고에 의해 혹은 인기나 지지도에 따라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지금도 지지율 추이나 지켜보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이미 간 잽이 별명까지 붙은 안철수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이다. 그나저나 다음에는 무한도전에 출연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이왕 국민을 웃기려고 나선 마당이라면 대선출마 선언을 개그콘서트에서 하면 제격일 것 같다. 아니면 차라리 개그콘서트에코너를 따로 만들어 연말 연예대상에나 도전하던지!
이종택 논설위원 기자 yijongtae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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