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3인방이 경선불참을 번복한 이유,

  • 등록 2012.08.06 11: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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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사건대로, 경선은 경선대로

한 건 잡았다 싶으면 거세게 밀고 나간다. 그것이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 무조건 밀어 붙여야 내가 사는 방식이다. 적어도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을 최고의 전술로 믿는다. 무조건 몽니를 부려야 하며 떼를 쓰고 봐야 한다. 여기에는 여도 없고 야도 없다.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만 보여주는 익숙한 광경들이다.

현기환 전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문제의 돌출은 김문수, 임태희, 김태호, 등에게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보였다. 마구 달라 들어 마구 물고 뜯었다. 피라냐가 따로 없었다. 드디어 세 사람은 경선 보이콧을 매개로 힘차게 동맹 결의까지 했다. 그러나 이 동맹 결의는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원점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한때는 박근혜 후보가 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왔던 터인데 왜 원점으로 돌아오고 말았을까,

그것은 매우 어설픈 선관위의 발표만 믿었기 때문이었다. 정황을 조금이라도 차분하게 살폈다면 공세를 펴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판단이 섰을 법도 한데, 성급하게 미끼를 물었기에 더 이상 물고 늘어질 명분이 없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정치적 장래 문제까지도 생각한 결과에서 기인한 결론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사흘 만에 경선 참여로 회귀하면서 내세운 조건이, 공천 헌금 수사 결과 시, 사실로 판명이 날 경우 황우여 대표의 퇴진 외, 몇 가지 부차적인 명분을 들어 경선 참여를 결정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정치적인 사안에는 언제나 겉으로 나타나는 조건 반사적 명분일 뿐, 사실은 진정한 명분도 아니다. 돌아갈 테니 길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제스쳐에 불과했던 것이다. 효과가 있었다면 박근혜 후보를 원탁 테이블로 끌어내어 모처럼 한 자리에 모든 후보가 마주보고 앉았다는 것이다.

범죄의 재구성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범죄는 구성 요건이 갖추어 져야 비로소 범죄가 성립되고 완성된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등장인물도 네 명에 불과하고 백주 대낮에 일어난 사건이라 비교적 단순하게 봐도 의심쩍은 장면이 수두룩하다. 이 사건은 복잡하게 얽힌 돈 세탁 과정도 없다. 그냥 단순하게 현금을 주었다는 현영희 의원, 돈을 받았다는 현기환 전 의원, 그리고 부산에서 서울로 돈을 싣고 갔다는 현영희의 전 비서인 정동근 제보자, 그리고 돈을 전달했다는 조기문 전 부산시 당 홍보위원장 이렇게 네 명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동근이 현기환 전 의원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고, 제3자인 조기문을 통해 전달해 달라고만 했을 뿐, 정동근이 조기문이 직접 전달했는지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한 바도 없으며 , 단지 조기문이 현기환 전의원으로부터 “알았습니다.”라는 문자 한통을 받아 보여주더라고 하는 것이 사건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기환이 공개한 그 당시의 통화기록 내용에는 조기문과 통화했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정동근이 조기문과 서울역 커피숍에서 만났다고 한 그 날, 조기문은 부산에 있었다고 하면서 신용카드 영수증을 증거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보면 정동근의 제보에는 결정적인 하자가 나타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범죄 요건을 충족할 정황에는 부족하고 미흡한 내용도 많이 보인다. 이런 내용은 경선 보이콧을 동맹 결의한 비박 3인방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유심히 관찰했던 야당에서도 어딘가 부족한 이러한 정황들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그랬으니 야당에서도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전 까지는 공세를 뒤로 미루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해 진다.

지금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에서는 당내 경선이 중반전을 지나 종반전 국면을 맞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런던올림픽에 가있다. 그러나 비박 3인방의 경선 불참 뉴스로 인해 일시적이나마 반짝 관심을 끌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이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나”가 대체적인 여론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비박 3인방은 정치공세라면 모를까, 경선 불참이라는 강도 높은 배수의 진을 치는 것이 아니었다. 국민들은 당당한 경선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건은 사건대로 수사기관에 맡겨 진실을 가리도록 하고 경선은 경선대로 차질 없이 치러나가야 했던 것이다. 비박 3인방의 지지율 전부를 합쳐도 경선에 참여한 것이 창피할 정도의 지지율을 밖에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지지율이 이토록 저조한 기저에는 반드시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박 3인방은 자신들의 지지율이 왜 이토록 바닥을 기고 있는지 그 원인이 자신의 정치력 부족과 자질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단 한번이라도 성찰해 볼 기회조차 있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가 없다. 세살 먹은 어린 아이들이야 이랬다 저랬다를 아무런 생각 없이 해도 하나도 흠결이 안되지만 말이다.
석우영 논설위원 기자 stone62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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