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하고 한심한 대한축구협회

2012.08.20 10:58:48

축협의 집행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

사대주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일까, 아니면 무능의 극치일까.

8월11일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 한국 선수들의 멘탈은 일본 팀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이 날은 67주년 광복절을 눈앞에 둔 날이었다. 한국 선수는 압도적인 힘과 기량으로 일본을 거세게 압박하여 2대0으로 승리를 이루었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건국 후 올림픽 축구에서 따낸 최초의 메달이었다.

한국 국민들과 선수들은 열광했고 환호했다. 18명의 태극전사들이 그동안 K-리그를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장쾌한 승리였다. 승리의 주역 중엔 박종우 선수도 있었다. 그는 핵심 미드필드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자 모든 태극전사들은 흥분했다. 박종우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박종우 선수는 한국 팀을 응원하는 관중석으로 달려갔다. 마침 한국팀 응원석에는 한 관중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응원 문구를 들고 있었고 박종우 선수는 그 관객이 건네주는 종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고 그라운드로 질주했다. 사전에 각본이 있을 리가 없는 우발적인 행동임이 명백했다.

IOC는 박종우 선수의 이런 행동이 올림픽 정신을 위배한 정치적인 세레머니라고 하여 동메달 시상식에도 나오지 못하게 하였고 동메달도 수여하지 않았다. 그 당시 런던에 나가 있었던 KOC측에서는 아무런 항변도 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축구협회에서는 느닷없이 일본축구협회에 박종우 선수의 잘못을 인정하는 듯한 사과 메일을 보냄으로써 사단이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

민주통합당 안민석 의원을 통해 입수한 e-메일은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 명의로 구니야 다이니 일본축구협회장에게 보내는 영어 공문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제목에 "Unsporting activities"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스포츠 정신에 위배되는 또는 정정당당하지 않은"이란 의미다. IOC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축구협회가 먼저 박 선수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해석한 셈이다. 대한축구협회의 이러한 조치는 축구협회가 자진해서 박 선수의 행위를 부정적으로 해석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또한 이 메일 본문에는 “심심한 유감을 표시한다(I would cordially convey my regrets)”고 썼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우리가 "사과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 영어 일간지 중앙데일리의 원어민 에디터 5명에게 공문을 열람케 한 결과 전원이 이 대목을 "사과의 뜻"으로 해석했다. 이는 “사과하는 태도는 아니었다”는 14일 축구협회 해명과는 다른 것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종결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당시 일본 언론은 “대한축구협회가 일본에 사죄했다”고 보도해 박 선수의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한국이 먼저 인정했다는 방향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축구협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이번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면 박종우의 문제도 쉽게 풀릴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김주성 총장의 지시를 받은 국제국 김대업 차장이 작성했고, 김 총장의 최종점검을 거쳐 발송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세한 내용이 밝혀지기 전 까지 축구협회에서는 궁색한 변명으로만 일관했다. 축협이 국민적 비난을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는 다른 나라에 비해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런던 올림픽 초반기에 유독 우리나라 선수들만 심판들로부터 번번히 불이익을 당했지만 강력하고도 단호하게 나서지도 못했다. 이것이 어쩌면 우리나라 스포츠 외교력의 한계였을 것이다.

박종우 선수는 반드시 동메달을 수여 받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램일 것이다. 만약, 축구협회의 안일하고 무능한 판단으로 인해 IOC측으로부터 무혐의 결과를 받아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축구협회의 어리석은 판단미스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아울러 축구협회는 국민들의 정서를 읽어내지도 못했다. 지금 일본의 분위기는 반한 감정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때다. 따라서 국민들의 정서도 읽어 내지 못할 정도로 정무적 판단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축구협회 조중연 회장과 집행부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석우영 논설위원 기자 stone62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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