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무너지는 민주당의 희망, 가설정당

2012.09.04 10:56:36

꼼수는 야합에 불과

종이로 만든 회사, 즉 서류상만의 회사를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라고 한다. 이를테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중인 '뮤추얼펀드'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인 '페이퍼 컴퍼니'에 속한다. 페이퍼 컴퍼니에는 영업실적도 없고 생산실적도 없으며 고용인원도 없고 사업장도 없다. 워싱턴이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 세우면 엄청난 세금을 물게 되므로 세금회피와 자금추적을 방지할 목적으로 주로 케이먼 군도나 버진 아일랜드 같은 조세피난처에다 설립하는 특징이 있다. 페이퍼 컴퍼니의 설립은 편법이기는 하지만 불법은 아니라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가설정당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이것은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와 그 성격이 같다고 할 수가 있다. 민주당이 가설 정당 설립을 하기 위해 요모조모 자를 재고 있다. 모든 것이 다 안철수 때문이다. 안철수는 공식적으로는 대권출마를 하지 않았으니 현재는 자연인 신분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행적을 보면 완전히 대권주자와도 같은 행간을 보여주고 있다. 대권주자도 아니면서 대권주자의 위치에 올라선 희한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는 안철수를 민주당에서는 솜털 만지듯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보호하기에 여념이 없다.

 

대권주자가 아니면서도 대권주자의 지위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안철수는 참으로 편안하고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민주당이 그렇게 만들어 주고 있다. 새누리당이나 반대편에서 검증 차원의 문제제기나 의혹 해소 차원의 검증 잣대를 들이 밀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민주당이 대신 방어를 해주고 대신 공격을 가해준다. 공식적으로 제 1야당인 민주당은 언제부터인가 안철수의 대변정당으로 탈바꿈했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안철수를 가두리 양식장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숙명을 가진 민주당이 처량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지만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야 하는 민주당의 처지가 딱해 보여 민망하기 조차하다. 앞으로는 자기당의 대선후보를 뽑는 대회를 한창 진행 중에 있으면서도 뒷구멍에서는 점잖치 못하게 종이 정당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가설정당의 설립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꿩도 먹고 알도 먹기 위한 유치한 수작인 것이다. 종이정당, 즉 가설정당이라도 만들어야 민주당은 당당하게 후보자를 출전시켜 불임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숙제도 해결 할 수가 있고, 국고 보조금 152억 원도 꿀꺽하고 삼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후보가 되건 말건, 문재인이 후보가 되건 말건, 어쨌거나 챙겨야할 떡은 챙겨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민주당은 문재인으로의 단일화를 노릴 것이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전제조건이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철수를 민주당이 친 장막 내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는 필요조건을 말함이다. 그래야만 안철수가 단일화 경선에서 지더라도 주저앉힐 수가 있고 어쩔 수 없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게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단 종이로 만든 가설 정당에 안철수가 소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겉모습이 민주당 후보 대 가설정당 후보 간의 단일화가 되어, 정당 대 정당간의 단일화가 성립된다. 단일화 경선에서 안철수가 지면 그만이지만 이긴다면 당 대 당 통합이라는 절차를 통해 안철수의 가설정당은 민주당에 흡수되어 자동적으로 야권 단일 후보라는 지위를 가지게 되어 152억 원의 국고 보조금을 날름하고 챙길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설정당이 비록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편번인 것만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꼼수를 통한 야합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원래 가설 정당에는 당원이 있을 래야 있을 리가 없고 정강정책이 있을 래야 있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단일화에 눈먼 민주당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동원해서라도 이런 시나리오대로 되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꿈은 여름철 한낮에 자주 꾸는 개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안철수가 충청도 홍성군 농촌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의 목표는 대통령이 아니라고 했다는 발언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안철수가 또 한 번 여론을 찔러보기 위한 간보기용 발언 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의 발길질은 헛발질이 되고 말 것이다.

석우영 논설위원 기자 stone62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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