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새누리당은 현실을 직시하라!

  • 등록 2012.10.08 14: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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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가 돼야 성공한다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 후반부에 가면 왕평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관우 장비 조자룡 등의 범 같은 장수들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지기는 했지만 전투에 임해 정확하게 사세를 판단하고 남이 뭐라 하던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여 여러 번 전공을 세운 특이한 인물이다. 그는 원래 조조의 장수 서황의 부장이었지만 서황이 촉의 군사와 대치하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 배수진을 치는 것을 보고 부당함을 간했으나 듣지 않자 패할 것을 예측, 부교 설치를 서둘렀다. 그것을 본 서황의 부장들이 왕평을 비겁하다고 비웃었으나 못 들은 체 부교를 완성시켰다. 그러나 대패한 서황이 부교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도 오히려 왕평에게 패전의 책임을 뒤집어씌우자 하는 수 없이 조자룡에게 투항하게 되었다.

 

촉의 장수가 된 왕평은 여러 번 전공을 세운다. 가정의 전투에서 마속이 산위로 진을 옮기자 이롭지 못함을 간했으나 마속은 오히려 왕평을 꾸짖어 물리쳤다. 그러자 왕평은 화공을 피할만한 장소를 찾아 휘하 1천명의 군사를 매복시켰다. 예측대로 촉의 군대가 대패하자 일사분란하게 북을 울리고 함성을 질러 위나라 군대가 더 이상 진격하지 못하게 저지하고 패잔병을 수습해서 돌아온다. 그 밖에도 왕평은 훗날 모반한 위연의 군대를 물리치는 전공을 세우는 등 촉군의 기둥이 되었으나 워낙 기묘한 계책과 절륜한 용맹이 부각되는 삼국지연의의 인물 평전에서는 아쉽게도 큰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한 왕평의 처신만은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지금 새누리당은 적과 대치중이다. 좌파 언론과 여론조사기관들은 연일 말도 안 되는 구실을 붙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지지율을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상위에 올려 국민을 세뇌 중이고 새누리당 내부의 일은 큰 내홍이라도 있는 듯 침소봉대하여 보도하기 바쁘다. 밖의 사정이 이런데도 새누리당 대선 캠프의 간부들 또한 국민을 우려스럽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경제민주화라는 화두 때문에 대선 캠프의 주요 인사들이 지나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아직도 일부 철없는 의원들이 대선 캠프의 요직을 맡은 인사들을 시기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그런가하면 외부 인사가 한 사람 영입될 때마다 잡음이 밖에까지 들려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 시기다. 지금 새누리당의 각 구성원들이 각자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면 천추의 한을 남기게 된다. 가자 자신의 임무와 입장이 있겠지만 당의 지상 목표를 우선 고려하여 자신의 욕심을 버릴 줄 알아야 하고 국민의 열망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하여 긍정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자기 소신만 내세우기 전에 그것이 국민의 눈에는 주도권 쟁탈전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하고 구성원 각자의 조그만 실수가 당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여 더욱 신중해야 한다. 공연히 비상시기에 골프장이나 찾다가 망신이나 자초하는 철부지 같은 처신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선거에 이기지 못하면 지금 차지하고 있는 요직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이며 훗날 무슨 면목으로 국민을 대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오늘 난데없이 왕평의 고사를 끄집어 낸 것은 새누리당 구성원 각자가 왕평을 본받아 지위가 낮든 높든 책임이 있든 없든 간에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맡은바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빠른 시일 내에 당내의 잡음을 제거하고 화합의 정치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정당으로 우뚝 서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서다. 특정 사안이 전개될 때마다, 혹은 새로운 정책이 개진될 때마다 많은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자기주장이 강하다 보면 자칫 국민의 눈에 주도권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고 새로운 인사가 영입될 때마다 지나치게 심한 반발이 이는 광경 또한 화합의 정치에 뜻이 없는 정당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할 것은 특정 사안으로 인해 내홍이 불거질 때마다 지금 민심 수습하러 다니기도 바쁜 박근혜 후보가 교통정리를 해야 하는 모습도 국민 눈에는 불안하게 비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부디 각자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가 활발하게 그러나 긍정적인 자세로 의견을 조율하는 화합의 자세를 보여 무엇이든지 녹여내는 용광로 같은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이종택 기자 yijongtae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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