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지난 10일 전북 전주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경남 진주와 전북 전주가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다 지난해 진주로의 일괄 이전이 결정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전에 대해 "(전북이 경남에) LH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문재인은 이어 새만금 사업, 전북 혁신도시 등 지역 현안을 열거한 뒤 "혁신도시의 경우 전북에 오기로 되어 있던 토지주택공사를 빼앗기지 않았느냐. 새만금도 지지부진하다"며 "후퇴한 전북 살리기 정책, 참여정부가 시작했던 일인 만큼 제가 책임지고 마무리하고 더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LH 공사는 과거 두 개의 회사로 나누어져 있었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하면서 생긴 공기업이다. 지난 노무현 정권 집권 당시 혁신도시를 지정하면서 전주에는 토지공사가 이전하고 경남 진주에는 주택공사가 이전하기로 결정되었지만 그 결정이 있는 뒤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를 꾀할 목적으로 두 개의 회사가 합병이 되었던 것이다.

두 개의 회사가 한 개의 회사로 통합이 되자 진주와 전주, 두 도시에서는 극심한 힘겨루기가 시작이 되었고 심지어는 회사를 두 도시로 분산유치하자는 주장까지도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당시 정운찬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LH 공사는 본사와 함께 일괄 이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 이후 여러 난상토의 끝에 LH 공사는 진주로 가는 것이 확정이 되었고 그 대신에 전북에는 새만금특별법의 제정 외 몇 가지 부수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으로 일단락이 되기도 했다. 문재인은 추석 전에 광주를 방문하여 과거 열린우리당의 창당과 노무현 정권을 부산정권 운운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과 행적에 대해 사과까지 하면서 호남 민심의 반등을 꾀했다.

그러나 문재인의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추석 연후 이후에 나타난 호남권의 여론조사에는 여전히 안철수가 앞서고 있고 문재인의 지지율은 반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으로서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안철수를 추월하지 못하면 야권 단일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심정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급함이 작동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전주에 가서 “LH 공사를 진주에 빼앗겼다”고 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문재인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에도 “통합”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라면 이미 결정된 사업을 두고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이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문재인의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전주가 빼앗겼다면 경남 진주는 뺏은 자가 된다. 그렇다면 경남 진주가 전주 몰래 강탈해 갔다는 말과 무엇이 다른가, 경남 사람들의 정서는 고려하지 않은 분열적인 발언이 아닐 수가 없다.

문재인이 진정으로 전주 시민을 생각했다면 ‘이미 확정된 일은 되돌릴 수는 없다. 그 대신에 LH 공사를 유치하는 것과 맞먹는 정도의 별도의 국책 사업을 하도록 해 보겠다“고 해야 정신이 제대로 박힌 후보자가 아니겠는가.

문재인은 지역 민심을 자극하는 “빼앗겼다”는 용어를 쓰면서도 이미 경남 진주로 옮겨가는 것이 확정된 LH 이전 문제를 어떻게 '마무리'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혹시 다시 빼앗아 오겠다는 생각은 아닌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문재인은 노무현의 아바타와 같은 인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국민들로부터 가장 비판을 많이 받았던 부분이 “거친 막말 행위”와 “편 가르기”라는 노무현 프레임이었다. 청와대에서는 386 운동권 출신들이 모여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했고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아 심지어는 온건 합리적인 중도 보수층에게 마저도 수꼴의 프레임에 가두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내용들이다. 문재인의 전주 발언을 보면 문재인은 아직도 노무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질 뿐만 아니라 어쩌면 영영 노무현을 넘어 서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도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