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물가와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데도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이 제자리에 머물러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부의 ‘조용한 증세’가 결국 월급생활자의 지갑을 털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대구 수성구을)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근로소득 과세표준(과표) 구간이 물가 상승률과 임금 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 근로소득세, 법인세와 맞먹는 수준으로
자료에 따르면 총국세 중 근로소득세 비중은 2014년 12.4%에서 2024년 18.1%로 상승했다. 이는 같은 해 법인세 비중(18.8%)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정부의 세수 의존이 근로소득세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행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체계는 2008년 이후 세율 24% 이하 구간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2023년에 일부 구간이 소폭 조정되긴 했지만, 물가 상승 폭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 ‘브래킷 크리프’로 더 높은 세율 구간 진입
2010년부터 2022년까지 과표 구간별 근로자 비중을 보면, 6%의 저율세율을 적용받던 근로자는 전체의 76%에서 43.2%로 감소한 반면, 15% 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자는 20.2%에서 43.4%로 증가했다.
이는 물가 상승으로 명목소득이 늘면서 실질소득이 그대로거나 줄었음에도 더 높은 세율 구간에 편입되는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현상 때문이다.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 물가 상승으로 명목소득이 증가해 세율 구간이 높아지지만, 실질소득은 변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 세금 부담이 자동으로 커지는 현상.
소비자물가지수는 2018년 99.1에서 2022년 107.7로 8.7%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근로소득세는 206만2천원에서 288만원으로 39.6% 늘었다. 이 의원은 “월급은 오르는데 더 가난해진다는 말이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 “소득세 물가연동제로 실질소득 보호해야”
이인선 의원은 “미국, 캐나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물가 상승에 맞춰 소득세 과표 구간을 자동 조정하고 있다”며 “우리도 납세자의 실질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물가 상승기에 실질 세부담을 조정하지 않으면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계의 숨통을 틔워 서민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