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를 원하는 강 대표의 선택

  • 등록 2008.03.25 20: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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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심판을 받는 게 정치인의 도리

 
한나라당이 공천 파동으로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일대 혼란에 빠진 가운데 공천에 깊숙이 관여했던 인사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한나라당 전 최고위원, 이방호 사무총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23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공천 결과에 대해 당 지도부를 질타하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강 대표다. 그는 대구 서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5선의 중진 의원이다.

강 대표는 박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나자말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세상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공천 결과에 대해 책임지겠다는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거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강 대표를 불출마에 이르게 했을까. 대구는 박 전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곳이다. 또한 대구엔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왔다는 이유로 18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대거 몰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당 대표가 되도록 도와줬는데 배신하여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는 소문이 돌고있는 게 대구 현지의 분위기다. 말하자면 "표적공천"에 기여했던 강 대표를 보는 시각이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지역구엔 거물급인 홍사덕 전 의원이 공천 결과에 이를 갈며 "친박연대"로 도전장을 낸 상태여서 피 말리는 접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낙선한다면 강 대표로선 치명적이므로 위기감을 느꼈을 법하다. 이로 인해 강 대표가 지레 겁을 먹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만신창이로 낙마하는 것보다는 이래저래 모양 좋게 상대적으로 컴백이 쉬운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 않느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 경우 재 보궐선거를 통해 수월하게 다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밀실공천" "표적공천" "형님공천" 등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전체적인 여론도 좋지 않다. 여차하다간 당 대표로서 모든 걸 덮어쓰면서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걸 모를 리 없는 그로선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도마뱀꼬리 자르기 형태로 후일을 도모하자는 속셈을 담았던 거 같다.

국무총리 얘기가 꾸준히 강 대표의 뒤를 따라다니는 것도 그가 즐겁게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으로 보인다.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양지만을 쫓던 강 대표의 행적을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위협받는 지경에까지 이른 데는 누가 뭐래도 당헌 당규를 무시하면서 무리하게 "청와대 당"을 만들려 했던 데서 비롯됐다. 박 전 대표시절 정착된 민주적 방식의 상향식 공천을 외면하고 하향식으로 바꾼 것도 정당정치를 후퇴시킨 어처구니없는 짓이다. 이런 부작용을 초래한 중심에 강 대표가 있었다는 게 문제다.

당당하게 심판을 받는 게 정치인의 도리

아무튼 책임은 선거가 끝난 다음에 져도 늦지 않은 것이기에 불출마를 선언한 강 대표의 판단은 옳았다고 볼 수 없다. 피하고 도망가는 게 능사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뜻으로서 완성된다. 강 대표의 말대로 그가 정말 공정하게 공천에 임했다면 출마를 통해 당당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마땅한 정치인의 도리기 때문이다.

정치생명을 연장하려는 강 대표의 노력이 국민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졌을 지는 후일에 판가름나겠으나 결코 떳떳하지 못한 선택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많지 않다.

24일 대구에 도착한 박 전 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강 대표의 불출마를 요구한 것이 아니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다"고 강조한 이면에서는 의미심장한 뜻이 베어난다.

사태 해결책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현한 점도 있겠지만 입신양명을 위해 비켜서는 듯한 강 대표의 처신을 은근히 꼬집는 말이 담겨져 있음을 알 필요가 있다. (이인석)
이인석 기자 기자 moduplus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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