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타임즈 마태식기자 ] 1년 전 오늘, 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던 한 시민이 유서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유서에는 “빚으로만 살아갈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국민도 아닙니까?”, “힘 없으면 죽어나가야만 하나요?”라는 절절한 문장이 담겨 있었다. 이는 단순한 극단적 선택이 아닌, 구조적 방치와 제도적 결함이 빚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고인은 생전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제도 개선과 특별법 개정을 호소해왔다. 임대인의 횡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특별법 피해자 인정 이의신청과 긴급생계비 지원도 신청했지만, 현실은 벼랑 끝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전세사기 피해자와 시민사회는 여전히 묻는다. “우리는 과연 달라졌는가?”
지난 1일, 국회는 전세사기 특별법의 적용 기한을 2027년까지 2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핵심적인 제도 개선 요구는 외면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은 특별법 적용 대상을 2024년 5월 31일 이전 최초 계약자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1일 이후 전세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는 동일한 피해를 입더라도 구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책위는 “이는 전세사기를 개인의 주의 부족 탓으로 돌리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가 단지 경기변동이나 정보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전세가율 ▲세입자 중심의 대출·보증 정책 ▲임대차 시장의 불균형 구조 등에서 비롯된 사회적 재난이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전세가율 규제 ▲등기부 등본 확인 의무화 ▲임대주택 등록제 강화 ▲임대사업자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의 제도개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피해자들이 줄곧 요구해온 ▲피해자 인정 요건 완화 ▲사각지대 피해자 지원 ▲지자체의 피해주택 시설관리 권한 확대 등의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서는 빠졌다.
전세사기 대구피해자 모임과 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적용 예외 규정을 삭제하고, 피해 구제 대상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며 “전세사기로 삶이 파괴된 수많은 국민들을 위해 국가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한마디는 여전히 울림을 남긴다.
“저도 잘 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