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음악에 취해 사는 황애자씨

  • 등록 2008.01.06 15: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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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음에 취한지 30여년 해금 연주자 황애자씨
“악기를 잘 다루기 위해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해요”

지난 9월 16일부터 국악공연단의 일원으로 유럽지역(이태리 토리노 음악제 및 독일 아*태 문화)국악공연을 다녀오기도 한 국립국악원 정악단 소속 해금 수석연주자 황애자(47세)씨는 “동, 서양을 통틀어 가장 매력있는 음을 내는 악기 해금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음악에 동화되고 심취되는 가운데 천상의 음을 들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황씨는 중학교 때 몸매가 잘 다듬어져서인지 무용에 관심이 많아 한국무용을 배우다가 언뜻 국악과정에서 곁들이며 배우게 된 해금에 유별난 매력을 느꼈고 국악고등학교로 진학해 해금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국악고를 졸업하자마자 국립국악원에서 해금을 연주해 온 게 벌써 28년째.

“예전에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교 맞은편에 국악원이 있었는데 늘 그곳에서 청아한 국악소리를 들으면서 꼭 저 곳에 가야 한다는 꿈을 꾸었어요.”

정말 꿈은 이뤄져서 학교 졸업과 동시에 국악원에 들어간 황씨는 1년 만에 처음으로 1장부터 7장으로 구성된 1시간 반이나 되는 ‘여민락’을 연주했다. 악보를 달달 외우다시피 할 만큼 연습했던 탓에 연주 때 악보가 눈에 아른거릴 정도였다.

해금의 잔잔하고 애절한 음색에 반하다

“이게 활대고 말총으로 만들어 아주 질긴데 활대를 켜는 힘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소리의 높낮이와 음색이 달라집니다. 모든 악기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이 악기도 악기를 다루는 주인에 따라 명품이 되기도 하고 천하게 취급되기도 합니다.”

황씨는 늘 갖고 다니는 해금을 들어 보이며 설명했다. 해금은 명주실을 꼬아 만든 두 줄 사이에 말총 활대를 끼우고, 활을 밀거나 당기면서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낸다.

두 줄 중 안쪽의 줄이 중현(中絃)이며 바깥쪽의 줄이 유현(遊絃)인데, 해금에 두 줄이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현악기로 알고 있지만 실연에서는 관악합주에 편성되어 관악기와 현악기와의 이음새역할을 하는 것도 국악에서 8음을 모두 내는 악기이기 때문이다.

요즘에 청소년들도 국악에 대한 이해가 많이 향상되어서인지 해금을 배우겠다는 사람이 많이 늘어 보람을 느낀다는 황씨는 처음 해금을 배우는 경우라도 한 1년 정도 배우고 나면 국악뿐만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일반 음악도 어느 정도 연주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자신이 연주하는 음악에 심취되어 무아지경에 빠져들 정도가 되지만 처음 배우기는 역시 여간 만만치가 않다.

해금 연주에 심취, 무아지경에 빠져들기도


해금의 잔잔하고 애절한 음색에 취해 해금을 배우려고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 왼손가락 4개로 두 줄을 감아쥐면 굳은 살이 배기기도 하는데 1~ 2주간은 왼손가락 마디가 꽤 아프다. 이 때를 극복해야 해금을 배울 수가 있게 된다.

처음 활대를 쥐고 현을 켜면 칠판을 긁는 소리나 유리창을 못으로 긁는 듯한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그래도 한 3개월 정도 하고나면 비로소 해금고유의 소리가 귓속을 파고든다. “오른손은 이렇게 활대로 줄을 마찰시키고, 왼손은 두 줄을 한꺼번에 감아 잡고 쥐거나 떼면서 음높이를 조절하죠. 악기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고 또 악기를 아끼고 정성을 다해 관리해 나가야만 내가 필요할 때 원하는 음색을 켜낼 수 있습니다.”.

“황 선생님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해금연주 부분에는 몇 손가락 안에 들겠죠?” 하고 묻자 “무슨 말씀을...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분도 아직도 많이 계신데...”하며 겸손해 했다.

황애자씨 동생도 KBS국악단원으로 해금을 연주하고 있고 딸도 해금을 배우기 위해 부쩍 애를 쓰고 있어 해금 연주의 맥은 끊이질 않을 것 같다.

황씨가 그간 다닌 해외공연은 지난 86년 아시안 게임 공연, 88년 올림픽 공연 97년 한*영 수교 200주년 공연, 2001년에는 월드컵 문화사절단, 중남미 공연과 독일, 오스트리아 공연등으로 국내*외 공연으로 바쁘지만 가끔 영화 ‘타이타닉’을 연주하며 고즈넉한 분위기에 젖어보기도 한다는 황씨는 해금과의 인연으로 우리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문화사절단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무척 행복하다고 했다.
이종납 기자 기자 ljn11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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