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대한민국 해방 80주년을 맞아 특별한 사진집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책의 제목은 ‘한국의 민족 기억, 1860~1960년대’. 제작자는 바로 세계적인 역사 사진 수집가이자 출판인인 쉬충마오((徐宗懋)Hsu Chung Mao ) 씨다.
중국과 대만을 오가며 역사 사진을 발굴해온 그는 이번 사진집을 통해 100년 한국 근현대사의 기록을 시각적으로 엮었다.
“처음은 우연이었습니다. 20년 전 충칭에서 발견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진 컬렉션이 저를 이 길로 이끌었습니다.” 쉬 씨는 과거 중국 현대사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한국 임시정부의 고화질 사진 네거티브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의 수집은 수년에 걸쳐 이어졌다. 대만과 중국 본토에서 옛 한국 관련 사진들을 하나둘 모았고, 대부분 네거티브 원본이나 희귀 판화였다. “하지만 시장성이 부족해 출판 기회를 찾기 어려웠고, 한국에는 출판사 인맥도 전무했습니다.” 라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 전환점은 2023년 서울국제도서전이었다. 직접 제작한 한국어 사진집을 들고 참가한 그는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북씨즈(Bookseas)와 협업해 총 세 권의 한국 역사 사진집을 출간했고, 2025년에는 대형 사진집 ‘한국의 민족 기억'을 직접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쉬충마오 (徐宗懋)씨는 이번 사진집 제작에 3년 이상, 사진 수집 기간까지 포함하면 20년 가까이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단순한 수집을 넘어, 역사와 문화의 연결고리를 복원하려는 작업이었다는 설명이다.
“한국 역사 사진, 경매에서 지는 건 안타까운 일”
역사 사진 수집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그는 “경매에 나온 희귀 사진을 재정 문제로 낙찰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사진들이 부유한 수집가의 개인 소장으로 묻혀 대중과 단절된다는 사실입니다.”라며 안타까웠던 순간을 회상했다.
쉬충마오씨는 이러한 점에서 공공성과 접근성을 중시해 왔다. 사진의 가치는 기록에 있고, 기록은 공유될 때 힘을 갖는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 언론과 SNS 통해 반응 폭발”
올해 도서전에 참가한 쉬 씨는 “처음에는 ‘대만 파빌리온’ 뒤 구석에 있어 걱정했다”며 웃었다. 하지만 한국 언론과 SNS를 통해 책이 알려지며 많은 독자가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를 이어갔다. 그는 “패션잡지를 넘기듯 책장을 넘기며 감상하는 한국 독자들의 반응에 감동했다”고 전했다.
출판 경계는 아시아 전역…“다음은 전쟁 후 10년”
현재 쉬 씨는 한국은 물론 대만, 싱가포르, 중국 본토 등에서 활발히 출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싱가포르에서도 주요 역사 간행물을 발표했다. “도서 시장이 발달한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출판을 확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출판사를 등록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며 자신의 희망을 나타냈다.
그의 다음 기획작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 전쟁 후 10년’이다. 1950년대 이후의 한국 사회 변화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로, 보다 현대적인 시선이 담길 예정이다.
“한국은 회복력 있는 사회…사진으로 기억을 이어가고 싶다”
쉬충마오 씨는 인터뷰 말미에 “한국은 놀라운 회복력과 충성심, 창조력을 가진 사회”라며 “그 정신을 사진으로 기록해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도 한국의 역사적 장면들을 발굴·복원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역사 사진을 통해 아시아 지역 간 문화 교류의 가능성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2025서울국제도서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쉬충마오씨를 만나 그의 역사사진집을 보고 대화하며 함께 과거 기억과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