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말복에 짚어 본 안철수의 생각

  • 등록 2012.08.07 15: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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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명예 지향적 욕심으로 가득 찬 한 인간

언젠가 읽은 중앙일보 기사, 공부를 썩 잘하던 재미교포의 아들이 하버드 대학 의과에 응시를 했는데 뜻밖에도 불합격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곧 바로 하버드 대학을 찾아가 총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는데 이윽고 시험성적서 내신 성적서 등을 검토한 총장이 말했다. ‘당신 말대로 아들은 공부도 잘했고 내신 성적도 좋다, 그러나 의사는 그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어떻게 의사가 되려고 마음먹은 학생이 봉사활동이나 헌혈 한 번 한 기록이 없느냐? 내년에 다시 다른 과에 응시를 한다면 몰라도 의사가 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충고가 있었다.

작년 10월 안철수 교수가 회오리바람을 몰고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 본 그의 경력은 화려했다. 그러나 곧 의문이 생겼다. 왜 안철수는 의사의 길을 그리도 쉽게 포기했을까? 게다가 아버지도 의사인데! 대저 의사나 간호사가 되려고 마음먹는 청소년들의 경우, 그 기저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깔려있는 것이 상식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 없이 어떻게 피고름 나는 상처를 치료할 생각을 하고 그 징그러운 암 덩어리를 수술로 제거할 마음을 먹겠는가? 그만큼 의사나 간호사의 길은 희생과 봉사의 정신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직업이고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한 번 택하면 쉽게 버릴 수도 없는 직업이다. 당장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를 버릴 수가 없는 사명감과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박애정신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는 그 어려운 의학공부를 하고도 의사의 길을 택하는 대신 벤처사업가가 됐다. 의과 대학은 아버지 병원을 물려받을 욕심 때문에 갔는지 단지 군복무를 편하게 하려고 갔는지 모르겠으되 젊어서부터 돈 되는 일을 쫓는 데는 천재적인 변별력이 있었나 보다. 어쨌든 6년씩이나 공부했던 의사의 길을 초개같이 버린 것으로 보아 적어도 박애나 인류애 따위는 애초부터 없었다는 이야기다. 바이러스를 먹은 컴퓨터가 신음을 할리도 만무하고 썩어 들어가 죽을 일도 없다는 이치를 생각하면 적어도 컴퓨터가 사랑스럽고 측은해서가 아니라 돈이 되는 일이라서 택한 것뿐이고 내쳐 벤처사업가로 이름을 날리고 복권, 주식 등의 사업을 통해 수천억의 재산가가 된 것도 사실이고 보면 그 방면의 천재성은 입증된 셈이다.

그런 안철수가 이번에는 젊은 층을 상대로 사회 병리를 탓하고 정치권을 싸잡아 매도하며 단숨에 대선 주자로 부각되어 야권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회의 병리나 정치권이 국민에게 왜 매도를 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그의 진단은 돌팔이에 가깝고 그의 저서에서 밝힌 것과는 다르게 그는 전혀 친서민적도 아니고 경제에 대한 철학이 확고한 것도 아니었다. 정치, 안보 외교 분야의 지식은 삼류 학자로 취급 받고 있는 어느 지방 대학의 좌파 교수로부터 과외수업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일천했고 그 동안 그렇게도 매도하던 재벌은 알고 보니 모두가 그의 친구였다. 돈이 되는 사업에는 그의 이름이 빠짐없이 들어 있었고 그에게 몇 개나 되는 감투와 부부동반 대학교수의 명예까지 안겨주었던 이명박 정권은 그의 이력에서 아예 삭제를 당했다. 표리부동의 극치다.

지금은 공천헌금 문제에 주의가 쏠린 탓에 약간 주춤하고 있지만 안철수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언행은 아마도 계속 드러날 것이고 그에 따라 지지율 또한 하향 곡선을 그리지 않을까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볼 때 안철수는 인생의 시작을 의사로 출발했지만 그는 컴퓨터 백신 연구가로 인생 역정을 바꾼 뒤 곧 기업가로 이름을 알리고 수천억의 재산가가 되었는가 하면 지금은 대권을 넘보는 정치인으로 변신해 있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변신의 천재였고 그 과정에서 보여 준 것은 휴머니즘 대신 금전욕과 명예욕의 극치였다.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의 고통 따위는 이미 오래 전에 지워버린 안철수의 머릿속엔 돈과 명예만 있을 뿐, 경제난 물가고에 시달리는 서민의 고통, 실업대란 속에 내일을 기약하지 못하는 청년층의 절망은 아예 안중에도 없다. 돈은 원 없이 벌어 봤으니 이제는 명예욕을 채울 차례다. 맹목적으로 자신을 지지하는 일부 젊은 층의 무지몽매함에 편승하면 인기 유지는 문제가 없고 좌파 일색인 여론조사 기관을 동원하면 지지율 올리기도 식은 죽 먹기다. 이미 불임이 선고된 야당을 압박하여 대선 후보가 되고 내친 김에 국민을 속여 대권 쥐는 작업이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최대 장애물이지만 좌파는 물론, 비박 4인방까지 경선 보이콧까지 들먹이며 잘해주고 있으니 기다려 볼 일이다.

잘하면 대권 잡아 안 씨 가문의 영광을 이룬 뒤에 야당이 원하는 대로 책임총리제 실시하여 전권을 주고나면 나라가 게걸음을 하든지 비탈에서 미끄러져 구르든지 내 알 바가 아니다. 이명박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가 어디 있나? 사기 대물림만 제대로 성공하면 대박이다!
바로 이것이 2012년 말복 날의 안철수 생각 아닐까? 하여간 이명박 뺨치게 골치 아픈 인간, 안철수, 생각만 해도 체온이 오르고 짜증스럽다!
이종택(논설위원) 기자 yijongtae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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