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예고된 운명, 안철수와의 단일화는 재앙

  • 등록 2012.09.11 12: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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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와의 단일화는 재앙이 될 수 있다

모처럼 잡았던 정권을 민의에 역행하는 언행을 일삼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해 놓쳐버린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실수하기만 기다렸는데 2011년 가을 드디어 때가 왔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이 사안을 시민투표에 붙였다가 패배, 결국 사퇴하면서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을 쳐버렸고 차기 총선에서 100석도 몼 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한 전면 무상급식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처지가 아니어서 민주당도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 때 혜성같이 나타난 사람이 비정치권 출신의 안철수다.

 

잃어버린 정권 찾기에 혈안이 된 민주통합당은 안철수의 등장을 보자 이성을 잃었다. 안철수와 극적인 단일화만 이루면 정권을 찾을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목표를 일찌감치 안철수 영입에 고정하고 안철수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합법적인 경선 절차를 거쳐 선출된 박영선 후보를 버리고 안철수와 서울시장 단일화를 이룬 박원순에게 서울 시장 후보 자리를 양보했다. 그 뒤로부터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안철수 원장에게 예속된 정당이나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였다. 총선을 맞아서도 안철수의 지원유세를 바라고 추파를 던졌고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에 들어가서도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최종 목표를 두고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다.

 

노무현 추종 세력의 부활에 이어 안철수라는 신진 세력 영입에 초점을 두고 치른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호남의 전통 세력인 DJ 가신들과 온건 진보 좌파 학자 출신들을 대거 탈락시켜 전통적 표밭인 호남을 등 돌리게 만들었고 이른바 낙동강 전선 구호로 공략한 부산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강원과 충청이 박근혜 후보의 유세에 초토화 된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좌파 세력의 연합을 위해 연대했던 통합진보당이 삐꺼덕 거리면서 일은 더욱 꼬이기 시작했다. 거기다 젊은 층 표를 의식해 끌어들인 나꼼수 진행자 김용민이 욕설시비에 걸려 몇 몇 수도권 후보들과 동반 낙선한 것은 치명적이었다.

 

패배를 당하고도 반성은 없었고 대선을 위한 경선에서도 양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선을 교란시키기 위해 도입한 모바일 투표는 지금까지도 공정성 시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합동연설회 때마다 터져 나오는 소리는 ‘지도부 물러가라’는 외침이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민주통합당의 지지자들은 사분오열되고 대권주자들 간의 불협화음도 가속화 됐다. 문재인 후보가 경선에 연거푸 승리하면서 이제는 안철수 원장 영입 내지 단일화를 중단하고 민주통합당 후보를 대선에 출마시키자는 의견도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도부는 노무현 정권 때 민주당을 점령한 노사모 출신들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해 나가는 바람에 당이 두 토막 난 쓴 경험을 하고도 여전히 마이동풍이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과의 단일화는 어느 모로 보나 민주당에 손해다.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 될 경우, 안철수 지지자 중 보수 성향을 가진 유권자의 대거 이탈이 예상 되어 큰 도움이 못 되고 안철수로 단일화가 될 경우에는 전통적인 민주통합당 지지자들이 반발, 기권 사태가 벌어질 확률도 높다. 선거에서 패한다면 지지자들의 자성 요구에 따라 재정비에 돌입하게 된다. 그럴 경우, 현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물러나고 당은 대대적인 정비에 돌입, 차기 총선과 차 차기 대선을 준비, 건전한 야당으로 거듭 태어날 기회를 갖게 될 것이지만 안철수를 단일 후보로 내세워 대선에 이길 경우 그야말로 민주통합당의 운명은 임종을 보게 된다. 자기 조직이 없는 안철수는 별 수 없이 현재의 지도부를 중용할 것이고 그럴 경우, 전통적인 민주통합당 세력과의 분열은 불문가지다.

 

그리고 그 끝은 노무현 정권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안철수, 박지원 이해찬을 중심으로 한 신당이 창당될 것이고 나머지 정통 민주통합당 당원 의원들은 열린우리당에서 뱉어버린 한화갑, 박상천 등 DJ 가신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버려지게 된다. 지금으로 봐서는 민주통합당의 승리 확률이 거의 없지만 만에 하나, 이길 경우에도 민주통합당이라는 집합체에게 있어서 안철수로 단일화 된 민주통합당의 승리는 재앙이다. 머지않아 간판을 내릴 민주통합당의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도, 추석 전 대선출마로 점점 올라가는 문재인의 지지율을 견제하려는 야비한 행동을 보면서도 애타게 안철수를 부르는 민주통합당의 미련함에 탄식을 금할 수 없다. 제발 정신 차리고 건전한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이종택 기자 yijongtae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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