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와 나

2008.09.30 12:49:16

자전거와 나

이천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의장 박연하

자전거와 나의 인연은 꽤 오래 되었다. 1995년 6월, 뒤늦게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러 유학길에 올라 캐나다에서 생활하던 나는 그네들의 자전거타기 운동을 보게 되었다. 환경운동차원에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지구상의 천국이라 불리우는 이 환경좋고 잘 사는 나라에서 무슨 자전거 타기 운동이냐”하고 조금 의아스러웠다.
또 그들은 모두 헬멧을 착용하고 마치 오토바이를 타는 것처럼 장비를 갖추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헬멧을 쓰지 않으면 자동차가 신호위반을 한 것처럼 ‘교통딱지’를 뗄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들 까지도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모습은 오래도록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자전거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나는 이렇게 유학시절 자전거를 만나게 되었고 귀국 후 지속발전가능협의회 상임의장을 맡아 환경에 눈뜨면서 비로소 그들에 자전거 사랑이 왜 그렇게 뜨거울 수밖에 없었는지 서서히 깨달아 갔다. 그리고 자전거를 양정여고동창인 옥선이에 소개로 ‘자전거 학교’에서 정식으로 수료하고, 자전거 매니아로 탈바꿈했다. 그 후로 자전거는 나의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지난번 총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을 때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지인들과 함께 한강을 달렸다.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이 들어가고 핸들을 잡은 두 손에 힘을 주면서 상처 입고 패배감에 젖은 마음을 다독여 보려 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고 진원(아들)이에 전화였는데, 나는 급하게 받다가 그만 바닥에 내동이 쳐지고 말았다. 옷이 조금 찢어지고 팔꿈치와 무릅에서 피가났다. 세상 밖으로 숨어 버리고 싶었다. 육체의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나를 힘들게 했다. 이 세상에 오직 나혼자 뿐인것만 같았다. 겨우 일어나 앉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한강이야, 자전거타다 넘어졌어” 이억만리에서 진원이에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일어났어”
“그래..”
난 휴대폰에 대고 막 울었다.
“갈수록 빛나는 사람이 되라고 했잖아. 엄마는 시간이 가면 인정받을 수 있어!, 믿어!”
그 말은 맨처음 유학시절 영어부족으로 학교생활을 한참 힘들어하던 아들에게 언젠가 내가 해준 말이었다. 그 말을 아들은 가슴에 담고 살다가 엄마가 절망하고 있는 순간에 다시 되돌려준 것이었다.
눈물을 닦았다. 아들보다 못한 엄마가 될 수는 없었다. 한번 도전하고 실패했다고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며 바람에 눈물을 씻겨 버렸다. 흐르는 한강물이 눈부신 햇볕속에 보석처럼 빛나고, 파란 하늘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름이 언제 가나 싶더니 어느새 완연한 가을 날씨가 되어 버린 요즘, 파란 가을 하늘만 보면 그때 생각이 난다.

그런데 우리가 자랑하는 파란 가을 하늘은 과연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점점 오염되어 가고 지구환경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가을 하늘이 칙칙한 빛깔이 되어 버리지는 않을까?
석유자원이 고갈될 날도 몇 십 년 남지 않았다. 대체에너지 개발이니 뭐니 해서 여러 가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지만 과연 석유 고갈 이전에 석유를 대체할 만큼 활성화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혹자는 인류의 석유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석유가 고갈된다면 우린 다시 말을 타고 다니는 200년전에 수준으로 돌아가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모든 이동수단이 멈춰버릴 것이다.
인간의 물질문명으로 상처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지구는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숨쉬기를 기다리고 있다. 숨통을 조이는 석유 대신 맑은 공기를 마시기를 원한다. 지구상의 선진국들이 자연환경 보존차원에서 자전거 타기 캠페인을 한 것처럼, 우리도 조금 늦긴 했지만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나에게 자전거가 힘들 때 위안이 되고 상처를 치유해주는 친구인 것처럼 환경오염으로 상처입은 지구에게도 자전거가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매연을 뿜어대는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면 지구의 가슴은 한결 깨끗해질 테니까 말이다.
박연하 기자 jenna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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