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 상실의 시대

  • 등록 2008.01.26 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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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가고자하는 길은?

대한민국이 비틀비틀 방향을 잃고 있는 것 같다.

정의(正義)가 무엇인지도 모를 세태에 내몰리고 있는 것 같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경쟁에서 이겨야 산다는 강박관념이 우리를 짓누르고 영어를 잘해야만 경쟁국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이 번영할 것 같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외교관이나 무역업자뿐만 아니라 필리핀처럼 전 국민이 영어를 말할 수 있어야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논리가 먹히는 시대이니 말이다.

사람이 도덕이고 윤리고 다 필요 없이 남보다 더 윤택하고 뽐낼 정도로 잘 살면서 게다가 권력도 쥐어야 한다는 탐욕이 가치상실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돈이면 다 된다는 천민주본주의 사상에 입각하여 법 알기를 우습게 여기며 탈법, 위법, 편법, 불법을 통해서라도 일등이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이처럼 엉뚱한 가치상실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닌지 아찔하다. 이는 학생이 컨닝을 해서라도 1등을 해야 한다는 논리와 조금도 차이가 없음이다.

오로지 수치로 계산하여 1등만이 가치 있고 2등, 3등은 패배자요, 가치가 없다는 식의 막다른 경쟁심리가 다른 가치를 무시하고 차별케 하는 요인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인류는 공부만 잘하는 사람만이 잘 사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각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땀 흘리는 사람이 나름대로의 가치를 가지고 보람되게 살면 되는 것이지, 발전지상주의자의 히틀러 식 줄 세우기와 경쟁의식 고취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지은『상실의 시대』가 일본에서 출간되었을 때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600만부가 팔렸을 정도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주인공 와타나베가 대학시절을 보낼 때 나오코와 미도리라는 두 여인을 통해 한 여자로부터는 육체적으로 또 다른 애인에게서는 청교도적인 정신적 삼자관계로 다가온다. 약자와 불완전한 인간에 대하여 이해심을 가지고 있던 와타나베는 결국 미도리라는 여자를 통해 주변상황을 인식하고 새로운 가치관을 찾는다는 줄거리의 책이다.

자본주의는 어쩌면 끝없는 인간의 욕망으로 언젠가는 파멸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칼 맑스나 레닌이 그 부정적 결과물인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신분의 양극화에 주목, 계급투쟁을 선동했는지도 모른다.

21세기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로 끝없는 경쟁과 거대자본화로 말미암아 양극화는 그 끝을 모를 정도로 심화되어간다. 미국 같으면 기부제도라도 있어 그 간극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투명한 회계처리로 양극화를 줄이려 한다. 그런 나라도 결국은 경제가 불안해져 세계 제일의 기축통환인 달러가치가 떨어지고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21세기 신자유주의도 결국은 가진 자와 가난한 자의 양극화의 틈만 벌어지게 만들었지 모든 인류를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는 제도라는 점만 확인시켜 줬다.

가치관 상실의 시대, 끝없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다보니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승리하고 보자는 의식이 싹 튼 것 같다. 일단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범법도 죄도 모두 사면된다는 의식이 무섭고 그런 나라라면 법치국가도 아니다. 절대적 가치의 상실과 그로 인한 혼돈의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돈 많으면 죄가 안 된다하여 유전무죄(有錢無罪)란 말까지 생겼으니 매우 불행한 일이요, 게다가 권력을 쥐고 있어도 유권무죄(有權無罪)라 설왕설래 민초들은 쓰디쓴 소주 한잔에 서러움만을 달랜다. 그 상대적 개념인 가난하고 권력 없는 소주파(燒酒派) 서민 계층은 당연히 무전유죄요, 무권유죄다. 그러니 돈 없으면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출세하라는 세태로 비쳐지는 요즈음이다.

그런데 돈도 권력도 다 쥐었다면 그에게는 죄도 죄가 아니요, 모든 것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해도 가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유전무죄, 유권무죄가 통하는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이고 가치관이 올바로 박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아님 가진 자들만을 위한 특권자들의 천국인가?

빌 게이츠도 신자유주의가 문제가 있다하여 새로운 대안으로 ‘창조적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주창하고 있다. 그는 “이제 기업들이 이익만을 탐닉하는 전통적 자본주의 자세를 버리고 시장의 힘과 작동원리를 활용해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미 넘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은 어떤 가치관과 목표를 가지고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가?

전 국민이 필리핀처럼 영어만 잘하면 과연 선진국 되고 잘 사는가? 무조건 내 자식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일등만 하면 된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이 나라가 잘 돌아 갈 수가 있을까?

돼지처럼 많은 먹이만 확보하면 인간성이고 도덕성이고 다 필요 없다는 말인가? 그저 영어만 주절 되는 인간미 없는 일등주의 로봇을 만들어 가고자 우리는 이렇게 가치상실 시대를 엮어가는 것은 아닐까?

뭔가 진지하고 신중하게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 와타나베처럼 미도리라는 상큼한 여성을 통해서라도 올바른 가치관을 찾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한다.

우리사회 모두는 지금 돈과 권력이라는 탐욕에 빠져 나오코의 육체에 빠졌던 가치상실 시대의 와타나베처럼 미친 듯 몸부림치는 것은 아닐지 심히 자괴감이 든다.
장팔현박사 기자 jan8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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