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은 천민들이 사는 동네라고 선전하는 어처구니!

  • 등록 2010.11.23 08: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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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맞을 짓을 하는 마을명을 좋다고 자랑하다니?

 
▲ 청주의 한 동네 입구에 세워진 마을 표시 
대한민국은 아직도 일제시대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광복이 된지 어언 반세기도 넘었지만 아직도 일제 통치 때 정착된 부락(部落)이란 말을 우리 스스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우리가 스스로 ‘마을’이나 ‘동네’라는 좋은 행정용어 대신 ‘부락’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일본을 아는 필자로서는 너무나 답답하다

우리는 아직도 여러 부문에서 일본어의 잔재를 털어 내지 못하고 외래어로서 사용하고 있으니, 언어의 독립은 요원한 것 같다. 특히 일제가 한국을 멸시하면서 부르던 ‘부락’이라는 단어만큼은 하루빨리 사용을 해서는 안 되는 용어다. 그런데도 시골에 가면 아직도 많은 마을에서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부락’이란 바로 일제가 한국인에게 심어놓은 나쁜 용어다. 순수한 우리말 "마을´이나 ‘촌락’ ‘동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인 공무원들이 한국인을 깎아내리기 위해 사용하게 된 ‘천민동네’라는 의미의 부락이란 단어를 자꾸만 사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스스로 우리 동네는 ‘천민들이 사는 마을 입니다’하고 선전하는 꼴이다. 만일 일본인들이 관광 와서 그런 마을에 들린다면 ‘역시 한국에는 아직도 향소부곡과 같은 천민마을이 있나보다’할 것이다.

부락(部落)이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기 몇 해 전부터 “군수물자 동원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지정한, 특수 직업을 가진 마을”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유력하다. 우리 역사에서의 향, 소, 부곡과 같은 의미이다. 결국 그들이 천민 시 하던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서, ‘백정’ ‘갖바치’ ‘선주(船主)’등이 모여 살던 마을을 당시 토요토미가 부락으로 지정했던 것이다. 이는 바로 조선 침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물자를 동원하기 위함이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다음 정권이 이를 유지했음은 농, 공, 상인층의 정권에 대한 불만을 그들 부락민을 둠으로써 피해가기 위함이었다. 즉, 이지메(집단 따돌림) 대상을 두어 정권의 안정을 꾀했던 것이다.

지금도 일본 사회는 그들 부락에 사는 사람들을 취업이나 결혼 시 철저히 배척하고 멸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마을 중 일부는 아직도 아침마다 이장이 마이크 잡고 “부락민 여러분!”이라 방송을 시작하니, 이 아니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있는가? 왜, 스스로 자신의 동네가 천민집단임을 내세우며 자랑하는가? 왜, 이러한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가?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대의 일본은 모음이 우리보다 훨씬 부족했고 단어가 풍부하지 못한 탓에 우리말을 많이 차용했다. 특히 행정용어에 우리말을 많이 차용했는데, 예를 들면 우리의 ‘마을’에 해당하는 ‘모라(牟羅-《양서》<신라전>에 ‘建牟羅’로 나오는 바, ‘건(建)’은 크다는 의미이니 ‘큰 마을’, 즉 ‘고을’을 의미)를 가져다가 ‘무라(村)’로 썼으며, 고구려. 백제계 언어인 ‘고을(郡)’을 가져다가 한 박자 늦춰 ‘코호리’라 사용했다. 즉, ‘고을’이라는 행정용어는 부여계인 고구려, 백제에서 사용됐고, 신라에서는 ‘건모라’라고 했다는 뜻이다. 결국 일본은 부여계 언어에서 고을(코호리)를 차용했고, 신라 말 ‘모라(무라)’를 자신들의 행정용어로 차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무슨 큰 자랑이라도 하듯 큰 비석에 ‘○○부락’이라 쓰고 있으니 이제는 타파할 일이다. 부락이라는 일본의 천민마을 이름 대신 ‘마을’이나 ‘동네’로 바꿀 일이다.

하물며 말단 행정용어를 올바로 사용하게끔 관리감독 해야 할 관에서조차 한 술 더 뜨고 있으니, 참으로 한탄할 일이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법면 유실 주의’라든가, 건축사무소의 유리창에 붙은 일반인들은 알지도 못 하는 ‘법면 공사자재’란 간판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법면’이 무슨 뜻인지 아는 한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이 글을 쓰는 한글 소프트도 인식을 못하고 빨간 밑줄이 그어져있다. 우리말이 아니기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도로공사나 건설관련 분야에서 이런 용어를 사용하는가? 이 용어도 물론 일본어이다. 일본어로 ‘노리멘(法面)’이라 불린다. 즉, 우리말로 ‘산비탈’이라는 뜻이다. 좋은 우리말이 있고 ‘경사면’이라는 한자 식 우리 용어도 있다. 그런데도 뜻도 모르는 용어가 왜, 누구를 위해서 사용되는지 모르겠다.

이밖에도 ‘후까시’라든가 ,‘노가다(정확히는 ‘도카따)’, ‘함바(노동자 숙소)’, ‘만땅(滿Tank)’ 등은 물론 야인시대의 인기를 타고 ‘오야붕’ ‘꼬붕’이란 말들까지 난무하고 있다.

하루빨리 씻어내야 할 일본어의 잔재이자, 사용치 말아야 할 외래어이다.

정치적으로 일제로부터의 독립은 65년이란 세월을 이어왔으나, 언어의 독립은 아직도 옛 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일본어 잔재를 말끔히 씻어 낼 때 진정한 정신적 독립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본다.

외래어가 된 일본어라 할지라도 반드시 척결하여 좋은 우리글을 아끼고 사용했으면 한다.


*‘외래어’란 외국어와는 다른 개념으로, 외국어에서 유래하는 말이나 이미 우리말이 되어버린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영어로 소녀란 의미의 ‘걸(girl)’이 일본어로 ‘갸루’라 하고 어린소녀는 ‘작을소(小)’ 자를 붙여 ‘코갸류’라하며, 태도를 의미하는 ‘매너’를 ‘마나’로 표기하는 것과 같다.

**‘부락’은 일본에서도 사용이 금기시되는 차별용어로서 차별받고 있는 ‘천민집단’을 의미한다. 법적으로는 만민평등을 주장하는 일본사회이나, 의식적으로는 아직도 약 300만 명에 이르는 ‘부락민’들에 대하여 취업, 결혼 시 엄청난 차별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타임스 장팔현 칼럼니스트
장팔현 박사 기자 jan8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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