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은 좋은 것은 죄다 모은 길상이다. 돼지꿈과 더불어 용꿈은 태몽 중 최고의 길몽으로 알려져 있다. 황하에 ‘등용문(登龍門)’이란 곳에서 잉어가 협곡의 거센 물살을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우리의 한복도 용과 같이 길몽이자 신성한 의복이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인생의 중요한 시기마다 한복을 갖춰 입었다. 요즘 전통 향교에서 치러지는 성년 의식에서도 한복의 바른 착장 순서를 가장 먼저 점검한다. 문헌에서도 한복은 복(福)을 부르고 화(禍)를 막는 신성한 의복이라고 전해온다. 한복에서 주로 쓰는 빨강, 노랑, 하양, 검정, 파랑은 복을 부르고 액운을 쫓는 색깔로서, 복과 건강을 염원하는 옷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어느 민족이나 기후와 사는 방식에 적합한 의복을 입었지만 한복처럼 옷 자체에 ‘복을 부른다’는 뜻을 담은 옷은 드물다. 혼례식의 한복은 영원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돌잔치의 한복은 아이의 행복과 건강을, 고희연의 한복은 건강과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흑룡의 2012年를 맞아 안근배한복은 한복 키워드 3개를 화두로 던졌다. 섹시, 모던, 퓨전이라는 2011년 한복패션 트랜드는 흑룡의 해에 복(福)에 복(福)을 더하는 길년을 만들 것이다. <섹시> 조선시대 기방의 기녀는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이끌 줄 알던 당대의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스타일도 남달랐다. 탐스러운 가채와 특유의 화려하고 풍성한 실루엣의 의복 형태는 정해진 매뉴얼을 답습한 것이 아닌 기녀들 스스로 더 아름답게 보이고자 노력하였다. 여기서 창출된 유행이 시대를 풍미하는 패션 트렌드로 정착한 것이다. 그녀들은 굳이 맨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식으로 남자를 유혹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살을 감추고 옷고름을 고이 여미는 것으로 더욱 연심을 애태우는 묘수를 두었다. 정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여인의 정갈한 자태는 기방을 저속한 놀음판이 아닌 하나의 판타지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조선시대의 기녀가 그러하였듯, 숨기는 데서 오는 요염함은 전부 드러내는 것보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복의 매력 또한 이와 일맥상통한다. <모던> 어쩐지 진부하고 촌스러운 구시대 풍습으로 여겨지던 한복이 섹시하고 개성 있는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인에게 있어 한복이란, 애국심을 표하고 문화를 알리는데서 나아가 탐미적 욕구를 만족시키고 문화적 자긍심까지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패션아이템이다. 한복은 자연에서 얻은 순수한 염료로 컬러를 내고, 자수와 패턴도 대부분 자연을 모티브로 제작해 아무리 화사한 원단도 눈을 피로하게 하지 않는다. 외국인 등 한복을 처음 접하는 이에게도 친근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더불어 인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한복 특유의 곡선이 사람을 복스럽고 선한 인상으로 만든다. 분위기에 생기를 더하고 체형까지 보완해주는 비녀, 노리개 등 전통 액세서리의 역할도 크다. 스카프나 숄 또는 모피 달린 볼레로를 걸치고 하이힐을 신는 등 한복의 이미지는 나날이 재창조되고 있다. <퓨전> 할리우드를 비롯한 주류 패션계 또한 다문화의 포용을 넘어 전통의 재해석을 강력한 트렌드로 삼고 있다. 특히 오리엔탈의 신비로운 우아함이 이국적인 섹시 아이템으로 각광받자, 대중이 전통을 고리타분한 옛것이 아닌 참신하고 매력적인 자신만의 오리지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스시즌투(대표 한구현)의 최윤정 실장은 “흑룡의 해를 맞아 안근배한복에서 추천하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까다로운 취향의 젊은층 고객들까지 만족 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