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의 실형 선고는 경제민주화의 시발점

2012.08.17 13:56:11

재벌 경영인들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개인이 자본금을 투자하여 주식회사를 설립하게 되면 법인의 성격을 가지게 된다. 법인의 성격을 가진 주식회사는 이때부터 개인과는 별개로 독립적인 영역을 구축한다. 이것이 개인 회사와 주식회사의 차이다. 3200억 원대의 회사자산을 부당지출 하거나 계열사 주식을 가족에게 헐값에 넘겨 141억 원의 손실을 입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게 법원은 벌금 51억 원 징역 4년이라는 무거운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을 단행했다.

한화 그룹은 국내 재계 10위권을 유지하는 대기업 집단이다. 한화 그룹의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4년이라는 실형이 선고되자 전경련은 “경제도 어려운데 기업인을 법정 구속한 것은 유감” 이라고 발표했다. 가제는 게 편이라는 말이 있듯, 전경련은 대기업을 대표하는 단체다. 과거 삼성이나, 현대, 대한항공, 두산, 등 경영 비리에 의해 재판에 회부된 재벌 총수들이 잇따라 법정에 나설 때도 전경련은 어김없이 이런 성명을 냈던 전력을 가지고 있다.

담당 재판부는 판결 직후 이번 판결은 양형기준에 따른 것으로 과거처럼 경영공백이나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이유가 정상 참작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향후 이들 재벌 경영진 재판에서도 똑 같은 양형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는 암시여서 이를 바라보는 재벌들의 심기가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법원의 이런 흐름은 차기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담론과도 맥이 같다고 할 수가 있다.

그동안 재벌들은 법원의 온정주의에 의해 중죄를 짓고서도 곧 사면 복권이 되어 언제든지 경영일선에 복귀하기도 했다. 또한 법원의 재벌 단죄과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구속만은 면하게 해준 것이 거의 관행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죄를 지었어도 경제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지나치게 관용을 베풀어 줌으로써 여론으로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을 받아 온 것도 사실이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재계에서도 자성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과거처럼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고 해서 법원의 온정주의에 기대서도 안 되고 국민의 눈높이가 요구하는 경영 관행을 만들어 가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며 더 중요한 것은 정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다시는 법정에 서는 일이 없도록 대기업의 사회적 기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시대도 변했다. 내년에 정권이 바뀌게 되면 경제민주화는 더욱더 탄력을 받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이제 시대적 명제가 된 것이다. 재벌 경영인들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감지해야만 한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도 보았지만 차명, 횡령, 등 작위적 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베풀어줄 관용은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앞으로 있을 sk 그룹 최태원 회장의 선고 공판에도 이 같은 영향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도 한다.

법원의 양형기준이 중벌죄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지나친 경영위축 현상이 초래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재계 한편에서는 이번 판결을 보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지만 그것은 죄를 지은 경제인에 해당되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며, 정도경영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있는 경제인이라면 법원이 어떤 양형기준을 내세워도 전혀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 하고자 한다.
석우영 논설위원 기자 stone620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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