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4남 2녀집으로 시집온 나는 차롓상을 물리고 내가 맡은 음식을 부산하게 챙겨 집을 떠난다. 집안 형제계가 넷째 동서네에서 있기 때문이다. 윗동서인 나도 덩달아 바쁘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형제 중 유일하게 건강을 유지하고 계신 막내 작은 아버님을 비롯, 작은 어머님, 그 아들과 며느리, 손자, 당숙과 당숙모님, 그 아들과 손자, 큰집 형님 내외와 조카들, 우리집 형제와 동서, 그리고 조카들.....얼추 40명? 최고령 78세부터 5개월 갓난쟁이가 모두 모인다. 각기 형제들은 자기가 맡은 음식을 내놓고 음식할 때 일어난 일들로 수다를 시작한다. 서열 다섯째 동서는 “제가 김치였잖아요. 배추 절이기까지는 했는데 도저히 양념까지는 자신 없어서 싸들고 형님한테 와서 형님이 마무리 해 주셨어요.” 하며 개구진 얼굴을 한다. 서열 일곱째 동서 “잡채가 생각보다 일이 많더라고요. 당면 삶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던데요? 양념들 썰어 볶아내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간이 맛을까 걱정이에요.” 유사인 서열 여섯째 동서 “밥을 조금씩 해 먹다가 많이하니까 자꾸 타요.” 대표로 작은 어머님께서 평을 하신다. “워따 워따~ 어야 질부들! 고생했네. 오래된 질부들이나 새 질부들이나 사람 입으로 들어간 것을 만들기가 수월허지는 않어 고생했네. 근디 새 질부들 더 고생했네. 어린애들 데리고 장만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가! 그래감서 살림을 배운것이 아니것는가? 음식 맛나게 해서 퍼주고 맛있다고 칭찬받고 웃음서 재밌고 얼마나 좋은가 새해를 맞이해서 음식 많이 많이 퍼주고 복도 배로 배로 많이 받으소들 잉!!” 작은 어머니 말씀에 웃음과 박수가 나온다. 서열 큰 형님 “작은 엄니, 새 며느리가 아들 낳아서....어짜요?” 작은 어머니, 말씀을 아끼시고 핸드폰 사진과 동영상으로 대신하신다. 애기 보느라 서울과 광주를 오가며 힘드신 중에도 모든 시름을 잃는 듯하다. 나도 한마디 했다. “형님, 희정이가 돈을 잘 번담서요?” “뭘~! 전공대로는 못 갔어도 그래도 착실해서 인정받고 뽀나스도 받아갖고 나도 주고 그라대? 근디 작년에 짜박 짜박 걸어다니던 것이 조로코 컸다냐? 글고 자네 아들은 뭘 먹여서 저렇게 컸당가 물만 먹었담서?” 옛말에 ‘~ 소도 잡겠다’는 말이 있다. 동서들이 다 모이니 소만 잡을까! 어떤 일도 해결할 것 같았다. 어느덧 점심상, 술상, 커피, 설거지, 그릇 닦기까지 모두 끝내고 만남을 마무리 할 때가 되었다. 작년에 두 동서를 보았고 올해 두 조카가 생겨 38명이 모이는 모임을 24평 아파트에서 치뤘다. 새해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내년을 기약한다. “형님들, 고생하셨어요. 동서들! 수고했네. 조카들 잘 커라 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