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유정복 의원은 총선 공천이 이명박계 의중대로 관철될 경우 탈당 외에 뾰족한 대응카드가 없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어떠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단호한 의지로 지난번에도 말씀드린 바가 있다.”고 밝혀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매우 늦은 감은 있으나 일파만파의 파문이 일만큼 큰 돌덩이를 던졌다.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할 일이다. 잘한 일이다. 어차피 당선자 측과 박근혜 계파의 정치철학은 경선 시부터 비교해 봐도 패도정치(覇道政治)와 왕도정치(王道政治)를 추구하는 하는 것으로 보이는바 물과 기름의 관계이다. 섞일 수 없는 오월동주라는 점이다. 언젠가 박근혜 전대표가 도쿠가와를 다룬 『대망』을 읽고 있다고 하여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도쿠가와는 인동초처럼 인내하는 인물로 끝내 자신의 후손들로 265년간 일본 역사를 좌지우지하게 만든 거물이다. 도쿠가와는 폭군 오다 노부나가와 20년간 동맹 관계를 깨지 않아 전국시대 유일하게 신의를 지킨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오다가 아케치라는 부하에 암살당하는 바람에 신의를 더 이상 지킬 수 없었던 것이지 만일 더 살았더라면 도쿠가와 시대는 일본역사에 열리지 않았을 것이고 그는 영원한 2인자로 기록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도쿠가와가 폭군 오다 노부나가와 20년간 동맹을 맺으면서도 망하지 않은 것은 적절한 견제세력으로 남아 견고한 자신만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오다와 동맹을 맺고 그의 세력권으로 흡수되었다면 도쿠가와는 천하통일은 고사하고 오다가 그의 부하 아케치에게 습격당할 때 함께 교토(京都)의 혼노지(本能寺)에서 비참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권모술수의 대가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1592년 조선을 침략 임진왜란을 일으켰을 때도 도쿠가와 세력만은 그 힘을 온존시킬 수 있었다. 토요토미는 최대의 라이벌인 도쿠가와가 임진왜란 시 자신의 자리를 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1590년 8월 236만석의 토쿠가와를 슴뿌(駿府, 현 시즈오카현)에서 더 동쪽인 에도(현 東京)로 근거지를 옮기도록 전봉(轉封)조치 명령을 내렸다. 그만큼 도쿠가와는 천하의 모사꾼 토요토미라 해도 가까이하기엔 너무나 두려운 존재였다. 아울러 우리 입장에서는 불행 중 다행으로 토요토미의 최정예 부대마저 조선 침략을 못하도록 막는 역할을 라이벌 도쿠가와 군대가 해준 격이 됐다. 중국 역사에서 유비 현덕이 권모술수와 위장의 달인인 조조의 휘하에 얹혀있다 언젠가는 토사구팽당할 것을 예감하고 일찌감치 탈출하여 촉나라를 세웠음은 매우 현명한 일이었다. 현덕이 조조의 그늘에서 벗어나자 그의 인물됨에 흠모와 존경을 보내던 조조의 부하인 관운장도 뒤따라 나왔고, 용맹스런 장비도 최고의 책략가인 제갈공명도 얻을 수 있었다. 만일 간웅(奸雄) 조조의 휘하에 미련 곰탱이처럼 눌러 있었다면 유비현덕의 촉나라는 고사하고『삼국지』에 방통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렇고 그런 하찮은 인물로 그려졌을 것이다. 때문에 대망을 품은 인물이라면 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당장 1인자의 그늘에 안주하지 말고 뛰쳐나와 자신의 울타리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박근혜 전 대표의 현재 위치는 2002년 탈당하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 당시엔 별 세력도 국민적 관심도 적었지만 지금은 자기중심으로 큰 세력을 만들어도 될 만큼 되었다는 점이다. 아니, 남 그늘에 가려 있는 것이 비정상이다. 큰 인물은 남 그늘에서 당장 벗어나 단단한 울타리를 기반으로 가지고 있어야만 언젠가는 유비현덕이나 도쿠가와처럼 그 큰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큰 인물은 그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게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큰 나무 밑에 있으면 성장하지 못하고 말라 죽고 마는 것이다. 큰 나무 같은 인물은 사람을 키우지 않고 키 작은 관목들에게 그늘만 지게 만들어 광합성 작용마저 방해해 결국 1인 독재의 독야청청을 만들려 할 뿐이다. 정의로운 범이 고작 고양이 울타리에 퍼질러 앉아 밥 얻어먹고 있으면 품위도 안 돼 보이거니와 결국은 사냥 끝난 개처럼 토사구팽당하는 것이 형제간 부자간도 나눌 수 없다는 권력의 속성이다. 어서 결단하라! 벌써 총선 후의 진로가 훤히 보이는데도 아직도 자신만의 작은 울타리를 만들어 ‘정의’니 ‘정도’니 폭 좁은 선을 그려놓고 앉아있으니 권모술수에 밝은 사람들이 우습게보고 맘대로 대하는 것 아니겠는가? 왜? 그들은 이미 그 행동반경을 훤히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로 병아리가 껍질을 박차고 나오듯이 그 틀을 벗어나야만 야망도 대망도 그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그 안에서는 그 모양 그 꼴로 조롱만 당하다가 정치계에서 사라질 뿐이다. 어서 나와 도쿠가와처럼 자기 울타리를 만들어 당당히 싸우면서 견제하라! 그 길만이 박근혜가 사는 길이다. 숲 속의 용맹스러운 호랑이는 고양이 우리에 갇혀있으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지만 그 우리를 벗어나는 순간 그 풍모와 인품에 모든 동물들이 고개 숙이고 따르게 될 것이다. 다만 시간이 별로 없다. 지금도 시계는 마지막 파멸을 향해 똑딱 똑딱 사정없이 흐르고 있다.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