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세종증권이 농협에 인수되도록 힘을 써주고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역대 정권마다 터진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도덕성과 개혁을 내세웠던 참여정부에서도 예외 없이 벌어졌음이 드러난 것이다. 실망과 배신감을 느낄 국민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노씨의 혐의는 재판을 통해 최종 확인되겠지만, 지금껏 드러난 혐의 사실만 봐도 지탄과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 조사로, 노씨는 서울까지 와서 직접 정대근 전 농협회장을 만나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한다. 정 전 회장에게 말 좀 들어보라는 전화를 했을 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는 지금까지 노씨 주장과는 다르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노씨는 로비의 ‘몸통’으로, 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다. 실력자에게 전화만 했든, 직접 만났든, 대통령의 형이라는 이가 이권이 걸린 일을 두고 청탁을 하는 것부터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더구나 그런 청탁에 나선 대가로 돈까지 받았다면 그 죄를 엄히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조사로, 노씨는 이미 구속된 정화삼씨 형제를 내세워 세종캐피탈 쪽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의도적으로 법망을 피하려는 수법이다. 엄정한 수사로 거짓을 드러내고, 더한 비리가 없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 더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찾는 것도 당연한 과제다. 친인척 전담비서관을 청와대에 두어 단호한 의지로 이들을 관리하고 비리를 처벌하도록 하거나, 대통령 친인척도 재산공개를 하도록 하는 것 등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할 만하다. 무엇보다 비정상적 권력이 통하는 풍토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전두환 정부 때의 전기환·경환씨 형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홍걸씨 형제 등 수십 년째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이어지는 것은 이들이 그만큼 대통령이나 정부에 영향력이 있다고 사람들이 봤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이 실세로 떠받들어지는 정치문화에선, 합법적으로 선출되거나 임명된 이들까지 이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당연히 이권을 얻는 데 이들을 이용하려는 뇌물과 청탁 따위가 끊이지 않게 된다. 이명박 정부 역시 지금 그런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은지 돌아볼 때다. 박장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