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덕엽 칼럼니스트 ]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유력 인사들을 둘러싼 컷오프 논란으로 시작된 갈등은 당원과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렸고, 그 과정에서 공천의 공정성과 정당성은 심각한 의문에 직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 ‘대구특별시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공당의 공식 문건에서 나온 이 표현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공천을 총괄하는 기구가 기본적인 행정 명칭조차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자격의 문제를 드러낸다.
대구는 대구광역시다. ‘대구특별시장’이라는 직함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실조차 바로잡지 못한 채 공천을 주도했다면, 그 결정 과정이 얼마나 정교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대구를 ‘보수의 심장’이라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과 공관위의 행태를 보면, 그 표현이 실질적 인식이 아닌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민심을 거스른 컷오프에 이어, 존재하지 않는 행정 명칭까지 공식 자료에 등장한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다.
정치는 결과로 말하지만, 신뢰는 과정에서 무너진다. 이번 사태는 그 과정을 보여준다. 공천은 전략이 아니라 책임이다. 그 책임이 무너졌을 때 나타나는 것은 혼란이고, 결국 그 대가는 유권자가 치른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모든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컷오프 논란으로 촉발된 균열은 당내 갈등으로 번졌고, 이제는 공관위의 기본적인 문서 관리 수준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정도라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금 대구 민심은 묻고 있다. “이 공천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은 더 이상 특정 인물을 향하지 않는다. 공천을 결정한 구조 전체를 향하고 있다.
정당이 지역을 대하는 태도는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이번 ‘대구특별시장’ 표기는 그 디테일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대구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온 정당이, 정작 그 지역의 기본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정치적 정당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책임이다. 공천 과정 전반에 대한 명확한 평가와 함께, 공관위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공천 논란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보수 정치가 스스로 기반을 흔드는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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