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엽 칼럼니스트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서 "모든 권력기관은 권한이 한 곳에 모이면 남용되고 부패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지켜보고 보완하고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한 문장은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 논란의 핵심을 관통하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든 권력은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설계된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를 견제하고, 국가기관 역시 상호 감시와 통제를 통해 권한 남용을 방지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는 특정 기관을 불신해서가 아니라, 인간과 권력의 본질을 고려한 헌법적 원리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견제 장치가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해 왔다.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 역시 "권한이 클수록 더욱 강한 견제와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례였다. 기관의 성격과 관계없이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과 통제가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지만, 개혁이 또 다른 권력 집중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 김덕엽 칼럼니스트 ]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의 행동은 분명 잘못이었다. 국회의원이 신체 접촉으로 항의를 표현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권 의원 역시 공개적으로 사과했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번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도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권 의원 개인에 대한 징계는 서둘렀지만, 정작 당내에서 제기된 상임위원회 배정의 공정성 논란에는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가. 왜 특정 배정 기준이 적용됐는지,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왜 나왔는지에 대한 지도부의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윤리위원회를 둘러싼 절차 논란이다. 윤리위원들의 연이은 사퇴, 운영 방식을 둘러싼 내부 갈등, 일부 위원만 참석한 회의에서 징계 절차가 개시되며 제기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공당의 윤리기구는 누구보다 엄격한 절차와 공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러한 논란을 해소하기보다 윤리위원 충원과 징계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지도부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징계를 얼마나 강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국민과 당원이 절차를 신뢰할 수 있는가'여야 한다. 권영
- 주낙영 경주시장 - 주낙영 경주시장이 민선9기 시정 운영의 청사진을 공개하며 포스트 APEC 시대를 이끌 미래 성장전략과 4년간의 시정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 간담회는 민선9기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공식 언론인 소통 자리로, 민선7·8기 주요 성과를 돌아보고 앞으로 추진할 핵심 정책과 미래 전략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주 시장은 '변화를 넘어 미래로, 중단 없는 경주 발전'을 민선9기 비전으로 제시하고, 세계 10대 관광도시 도약, 포스트 APEC 추진, K-원자력 에너지 혁신클러스터 구축, 미래자동차 혁신 생태계 구축, 젊은이가 돌아오는 부자 농어촌 조성, 매력적인 미래도시환경 조성, 시민행복도시 조성, 청년 정착 적극 지원 등 미래 경주를 이끌 성장전략을 중심으로 향후 시정 운영 방향을 설명했다. 관광 분야에서는 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도시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연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APEC 기념관과 국가상징숲 조성, 세계경주포럼 창설 및 정례화, 보문관광단지 대(大)리노베이션, APEC 외교문화원 설립 등을 추진해 국제회의와 문화관광이 어우러진 글로벌 관광도시 기반을 구축하고, 세계 10대 관광도시
[ 김덕엽 칼럼니스트 ] 한때 영화관은 가장 대중적인 문화공간이었다. 주말이면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극장을 찾았고, 새로운 영화 개봉은 하나의 사회적 이벤트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극장가는 분명한 변화를 겪고 있다. OTT 플랫폼의 성장과 관람료 인상,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관객들의 발길이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영화산업의 위기를 단순히 OTT의 등장 때문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다양한 플랫폼은 이용자들에게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였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문제는 극장이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떠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는가에 있다. 최근 관객들은 영화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원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과 압도적인 사운드, 관객들이 함께 웃고 울며 공감하는 집단적 경험은 여전히 극장만이 가진 강점이다. 실제로 대형 블록버스터나 화제성이 높은 작품들은 여전히 많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는 극장 문화 자체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선택적으로 소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영화산업 역시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2025 APEC 정상회의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진정한 평가는 지금부터다. 국제행사는 개최 자체보다 무엇을 남겼는지가 더 중요하다. APEC이 대한민국 외교의 성과를 넘어 미래 성장의 자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레거시(Legacy)가 필요하다. 그 중심에 아시아·태평양 AI센터(APEC AI Center)가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특정 산업의 기술이 아니다. 경제와 산업은 물론 외교와 안보, 교육과 문화까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 AI를 선도하는 국가가 미래를 주도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국가 간 AI 역량 격차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기술과 인재, 인프라를 갖춘 국가는 더 앞서가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서 뒤처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고 회원국이 함께 성장하기 위해 APEC은 AI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공적개발원조(ODA)를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AI 협력 거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구개발 사업이 아니다. AI를 매개로 회원국의 정책을 공유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만드는 국제 프로젝트다. 따라
[ 김덕엽 칼럼니스트 ] 2026 대구치맥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폐막 직후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찾았을 것으로 예상되며, 해외 관광객은 약 3배 증가했고 맥주 매출도 2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보도자료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엇을 위한 성과 홍보인가"였다. 축제는 개막 첫날부터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공연 중 행사용 불꽃이 관객석 앞 잔디밭으로 떨어졌고, 관람객 2명이 화상을 입었다.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결국 주최 측은 남은 행사 기간 해당 불꽃 연출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니라 축제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였다. 그럼에도 대구시가 6일 배포한 폐막 보도자료에서는 이러한 안전사고와 후속 안전조치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 "지난해보다 더 많은 방문객", "맥주 매출 20% 증가 예상" 등 축제의 성과만이 전면에 배치됐다. 더욱 의문스러운 점은 이 같은 성과가 아직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도자료에서도 정확한 방문객 수는 오는 9월 통신사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확인할
[ 김덕엽 칼럼니스트 ] 지난 18일 대구 북구 구수산도서관에서 열린 한 초청 강연에서 박중훈 작가는 비교적 단순한 문장으로 자신의 삶을 정리했다. “반성은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짧은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압축돼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반성은 과거의 잘못을 통해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위다. 반면 후회는 이미 지나간 일에 머무르며 스스로를 소모하는 감정이다. 이 구분은 단순한 개념의 차이를 넘어, 삶을 바라보는 방향의 문제로 읽힌다. 우리는 흔히 후회를 통해 자신을 돌아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후회가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강연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의 선택 기준이었다. “말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지 않는 것이 맞고, 일을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는 것이 맞다”는 말은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원칙이다. 특히 “하고도 후회할 것 같고 안 해도 후회할 것 같다면, 해보고 후회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대목은 많은 이들에게 현실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박 작가는 결과보다 선택의 책임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죽는 순간 이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스
[ 김덕엽 칼럼니스트 ]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유력 인사들을 둘러싼 컷오프 논란으로 시작된 갈등은 당원과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렸고, 그 과정에서 공천의 공정성과 정당성은 심각한 의문에 직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서 ‘대구특별시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공당의 공식 문건에서 나온 이 표현은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렵다. 공천을 총괄하는 기구가 기본적인 행정 명칭조차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자격의 문제를 드러낸다. 대구는 대구광역시다. ‘대구특별시장’이라는 직함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기본적인 사실조차 바로잡지 못한 채 공천을 주도했다면, 그 결정 과정이 얼마나 정교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대구를 ‘보수의 심장’이라 말해왔다.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과 공관위의 행태를 보면, 그 표현이 실질적 인식이 아닌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민심을 거스른 컷오프에 이어, 존재하지 않는 행정 명칭까지 공식 자료에 등장한 상황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표출이다. 정치는 결과로 말하지만,
[ 김덕엽 칼럼니스트 ] 최근 대구 정치권의 공기가 심상치 않다. 단순한 선거 국면을 넘어, 지역 민심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국회 부의장 컷오프 사태는 그 중심에 있다. 지난 3일 서울남부지법이 주 부의장이 제기한 '컷오프 효력중지 가처분' 신청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형식적으로는 당의 결정이 유지되었지만, 문제의 본질은 사법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에 있다. 그리고 그 정치적 판단은 현재 대구 민심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치의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이번 공천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결정들은 지역 유권자들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남겼다. 이는 단순한 공천 탈락을 넘어, 정치적 상징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정현 전 공관위원장의 이 전 위원장과 주 국회부의장 등을 컷오프한 결정은 결과적으로 지역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정치에서 공천은 전략이지만, 동시에 지역 민심을 외면한 문제이다. 이 전 위원장의 이번 결정은 전략적으로도, 정무적으로도 모두 실패에 가까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지점은 당 내부에서도 균열이 표면
[ 김덕엽 칼럼니스트 ] 정당의 공천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특히 공천관리위원회는 그 책임의 중심에 서 있는 기구다. 누가 후보가 될 것인지 결정하는 과정은 곧 국민에게 어떤 선택지를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대구시장 후보 컷오프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을 남긴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주호영 국회 부의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유력 후보들을 배제하며 “대구시장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정치적 명분으로 보기 어렵다. 특정 선거를 앞두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제하는 결정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분명한 기준과 설득력 있는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그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왜 해당 인물들이 배제되어야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부족하다. 컷오프는 단순한 배제가 아니다. 경쟁의 출발선 자체를 정하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기준과 절차적 정당성이 요구된다. 장동혁 대표가 공정한 경선을 약속한 이후 곧바로 주요 후보를 배제하는 결정이 내려졌다면, 이는 공정성의 문제로 직결된다. 경선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경쟁을 제한하는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