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전날 밤 9시께 3층 이윤성 국회부의장실 쪽 문을 통해 신학용, 김재균 의원 등 2명을 선발대로 본회의장에 먼저 투입했다. 앞서 지난주초 이 출입문 열쇠를 구했으며 통로를 확보하고 점거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초강경 대응은 각종 쟁점법안을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함께 의석수가 한나라당의 절반도 안되는 상황에서 정상적 방법으로는 중과부적이라는 현실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와 관련,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모든 방법을 동원, 악법들을 막아낼 책임이 있다고 느끼며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조찬간담회"에 참석, "한나라당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법안 수십건을 사전 논의나 국민에 대한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입법하려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민주주의를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싸울 것"이라며 성명을 통해 "권력에 대한 충성경쟁과 의석수에 대한 맹신을 바탕으로 민의의 전당을 더러운 탐욕의 전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이명박 대통령과 김형오 국회의장, 한나라당 지도부의 책임론도 집중 거론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실과 국회 3개 상임위 회의장 등 4곳에 대한 점거농성을 최소한 인원으로 계속하되, 이날부터는 본회의장을 중심으로 한 법안저지 투쟁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민주노동당 등 `MB악법" 저지에 동참하는 다른 야당과도 연대전선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예산안 강행처리 및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 단독상정에 대한 한나라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포기선언이 나오지 않는 한 어떤 대화와 타협도 없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당내에서는 한나라당이 법안처리를 강행할 경우 `반(反)정부 투쟁" 성격의 장외투쟁 돌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나아가 의원직 총사퇴 결의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6일 "연말까지 법안 처리는 불변"이라며 "연말까지 처리해야 할 대표적인 법안은 세출부수법안, 위헌.헌법불합치.일몰법안, 사회여론이 좋은 사회개혁법안이며, 이런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면 국회무용론이 계속된다"고 이같이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지금 여야가 충돌가능한 법안은 몇개에 불과하며 이것도 민주당과 협의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민주당이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노리는 것은 탄핵때처럼 끌려나가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줌으로써 소위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려는 자해정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4년 자해정치가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방송사들의 전적인 도움이 있었다. 하루에 18시간 방송을 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도록 유도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탄핵때처럼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만한 법안, 노동법 사태처럼 계층간 결집을 가져올 법안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