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포르에서 북한의 김양건 통전부장을 만난 밀사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이기택 수석부의장과 김대식 사무처장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평통 측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거부했다.만난 것은 사실인데 누구인지는 오리무중이다. 베일에 싸인 밀사가 대통령 형님이라는 설도 있고,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이라는 설도 있으며,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이라는 설도 있다. 실체는 없이 온갖 설이 설설 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통상부 장관이나 통일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이 궁금하면 각자 알아서 ‘숨은 그림 찾기’를 하란 말인가? 지난 정권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비밀리에 추진됨으로써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북한에 질질 끌려 다니며, 천문학적인 대북비용만 부담했었다. 그 과오를 또다시 재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지금은 남북 정상회담을 시도할 때도 아니다. 더 이상 국가를 혼란에 빠뜨릴 수 없다. 무모한 밀사논란에 국론을 분열시켜서도, 시간을 낭비해서도 안 된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남북 정상회담의 밀사가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경제난이다. 하지만 북한은 경제난에 상당히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기 때문에 비빌 언덕도 충분히 있다. 결국 북한의 정상회담 제의는 한미동맹과 국제공조 체제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더욱이 비선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북한에 농락당할 뿐이다. 비밀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의 마지막 자존심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대통령은 모든 대북관계를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지난 정권들처럼 모든 것을 비밀리에 밀실에서 추진할 것이라면 무엇 때문에 정권교체를 했겠는가? 자유선진당 대변인 박 선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