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구상안을 살펴보며 나온 말이다. 그의 목소리엔 자부심이 묻어났다. 아버지이기 전에 선대 국가 지도자로서의 업적을 크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오전 박정희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사업시작 13년, 착공 10년 만에 문을 연 기념관이었다. 박 위원장은 감회를 감추지 않았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하늘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 “기념도서관, 우리 모두의 자료와 기록” 박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이 자리에 서니 정말 감회가 깊다”고 말문을 열었다. “13년 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드디어 기념관 도서관이 문을 열게 됐다. 아버지를 기억하며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 기념도서관은 대한민국의 국가발전 동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국가와 국민이 어떤 공감대 속에 그 성취를 이뤄냈는지, 그 과정에서 지도자의 역할이 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배움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 위원장은 “요즘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잘사는 것인가에 대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그 내용을 떠올리곤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나만 잘 먹고 여유 있게 생활하는 것은 잘사는 것이 아니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비록 시대는 바뀌었지만 지금 우리가 모두 골고루 잘사는 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도 이런 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 기념도서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제안, 국민들의 정성이 모여 완성된 것이다. 국민 통합이라는 소중한 정신이 여기에 담겨 있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 “의식주엔 반드시 의료가 포함돼야” 박 위원장은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과 함께 전시관 내부를 둘러봤다. 김 회장은 9년3개월간 비서실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지켰다. 가장 먼저 박 전 대통령의 ‘고속도로 건설’ 구상안을 살펴보면서 “스케치를 어떻게...지금 모습하고 똑같잖아요. 호남고속도로까지 다 계획을 세우고 전국 도로망을…”이라 했다. 이에 김 회장이 “그림을 그려가며 청와대에서 직접 지시를 하셨다”고 하자 박 위원장은 “그 당시에 이 정도로 국가 지도자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농어촌 전화사업’이 진행된데 대해서는 “사실은 굉장히 엄청나게 큰 사업인데 그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다. 나라 발전에 큰 기반 역할을 했고, 역사적인 일이다”고 평가했다. 특히, 새마을운동 변천사를 살펴보면서 “(각 가정에) 세간이라곤 없었다. 너무 가난하게 살았다. 외국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발전 했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 희망이 없던 나라였는데 연구 좀 해보자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국민이 가입한 의료보험인 의료복지제를 설명한 곳에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섰다. “그 당시 우리나라 발전 수준에 너무 이르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버지는 꼭 필요하다고 해서 실시했다. ‘의식주가 다가 아니다. 의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 당시에 아파도 가난해서 약 한 봉지 못쓰고 걱정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회고했다. 박 위원장은 김 회장이 “대한민국 전체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이라고 말하자 “국민들이 만들어낸 역사”라고 했다. 지도자 홀로 일궈낸 업적이 아니라는 뜻에서다. 그는 “이 곳은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국민들의 피땀과 열정과 노력, 고생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뜻 깊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고, 국민이다. 국민이 같이 이뤄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념관 입구서 반발 기자회견 열리기도 기념관은 지상 3층에 부지 9275㎡, 연면적 5260㎡ 규모로 지어졌다. 2층의 제1 전시실은 박 전 대통령의 대형 사진과 18년6개월의 재임기간 동안 했던 일들이 한 눈에 볼 수 있게 연대기별로 정리가 돼 있다. 1층의 제2 전시실은 ▶고속도로 건설 ▶새마을운동 ▶농업 개발 ▶중화학공업 정책 등을 설명하는 모형과 유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가발-누에고치 공장은 모형으로 마련됐다. 기념관 건립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부 지원을 약속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국회에서 국고보조금으로 2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국가보조금 지급이 중단됐다. 건축비로 사용키로 한 기금 모금액이 적고 사업 진행 속도가 느리다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2005년 기념사업회는 국고보조금 교부결정 취소 청구 소송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은 이번에 열렸지만 도서관은 올해 중순 개관한다. 대규모 국가 예산이 투입됐는데 박 전 대통령 관련 자료로 채워진다는데 일부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한데 따른 것이다. 이날도 "역사정의실천연대" 단체 회원 80여명이 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파 독재의 아이돌인 박정희 기념관 폐쇄하라"를 외쳤다. 최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