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모처럼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 단독 원구성과 정연주 축출을 시도하냐구요? 장사 한두번 해봅니까? 큰 일을 저지르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 바로 지금 아닙니까? 국민들은 올림픽에 정신 팔려있고, 금메달 여러개 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슈가 묻히게 되고... 더욱이 이제 곧 8.15 광복절인데 그 때 이승만-박정희 흑백화면을 내보내며 건국이념과 "한강의 기적"을 집중적으로 내보내면 성난 민심을 어느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 정도 머리는 돌아가겠지요. 사실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볼 때 "정연주 퇴진"은 전혀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안입니다. 일각에서는 그 전개 과정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위반했다고 하는데, 언제 보수가 절차를 따졌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모두를 부정해야만 합니다. 5.16 혁명이 무엇입니까? 도탄에 빠진 국가를 구하기 위해 애국군인들이 궐기한 것 아닌가요? 이거 절차로 따지면 모두 반역죄를 뒤집어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혁명정부에 대해 큰 기대와 신뢰를 보인 것은 이들의 애국심과 도덕성을 믿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민주당과 친노세력은 절차를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방송과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절차를 무시한 "코드 인사"를 일삼았고, 그 결과 KBS-MBC와 사법부는 우리의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너무 오랫동안 저질러왔습니다. 이제 그것을 바로잡겠다는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입니까? 애국지사들에게 "친일" 낙인을 찍기 위해 안달났던 KBS,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백지화시키기 위해 정규방송을 접고 "대통령 구하기 촛불집회" 생중계에 올인했던 KBS를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만으로도 정연주는 한국방송 사장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인물이고, 당연히 축출되어야 할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명박 정권이 잘 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건 뚜껑을 열어보아야 합니다. 만일 정연주를 내쫓은 그 자리에 대선캠프 홍보담당자였던 김인규 전 KBS 이사, KBS 출신의 전여옥 의원, 혹은 뉴라이트 성향의 인물 등을 임명한다면 그것은 정연주 보다 더 나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나라 안팎을 폭넓게 뒤져서 유능하면서도 도덕적인 인물을 그 자리에 앉히게 될 경우 이명박 정권은 그동안 계속되었던 촛불정국에서 벗어나 모처럼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왠지 예감이 불길합니다. 왜냐하면 항상 인사에 있어서는 0점을 받은 그들이 이번 만큼은 60점 이상을 맞을 것이라는 믿음이 전혀 가지 않습니다. 괜히 고소영과 강부자가 주연배우로 등장했겠습니까? 언론 보도를 들어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우생순" 여자 핸드볼팀 경기를 응원할 때에 태극기를 거꾸로 들었다는 것으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국정업무에 분주한 대통령에게 일일이 태극기의 모양을 확인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정상적인 한국 사람이 해외에서 태극기를 받아들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이게 되고 몇 번씩이고 태극기를 가슴에 새기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혹시 태극기가 거꾸로 달려있다면 이것을 발견해야 정상입니다. 여러 번 쳐다보면서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애시당초 태극기의 모양을 몰랐다는 이야기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 판단으로는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이 태극기를 한 번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아니, 해외 땅에서 태극기를 받고도 아무런 감동이 없고, 태극기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구요? 이거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평범한 국민들이 갖고 있는 수준의 애국심도 없다는 이야기지요. 이것이 가장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사실 따지고 들자면 소고기 문제, 강부자-고소영, 굴욕외교, 영토문제 등이 모두 하나의 문제로 귀결되게 됩니다. 즉,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애국심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김유찬-BBK에서 보았듯이 도덕성에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국정운영능력과 애국심은 있는 것으로 보았기에 국민들 상당수가 표를 몰아주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일 처리도 매끄럽지 못하고 거기에 애국심은 도무지 털 끝 만큼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총체적인 불신을 불러일으켜 지지율이 10%대에서 헤메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권 하에서 구축된 기상천외한 시스템을 모두 정상화하고, 거기에 덧붙여 경제까지 살려낼 수 있다면 아마도 박정희 정권에 버금가는 "보수 르네상스" 정권을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애국심입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와 민생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만 하는데 도무지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이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정말로 국가와 국민이 소중하다면 절대로 강부자-고소영-도로아미타불 인사를 자행할 수 없습니다. 국정운영에 있어서 노골적인 특정종교 편들기와 배척을 반복할 수도 없습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소고기 문제, 코드인사 문제, 외교문제, 영토문제 등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어도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말입니다. 저는 이같은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분명 박근혜도 이 문제를 피해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풀어가는 방법은 180도 달랐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도덕성과 애국심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받아들이고 풀어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들 사안들은 정답 혹은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는 성격의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국가와 국민의 편에 서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는 신뢰를 확보하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애국심입니다. 그것을 박근혜는 분명 갖고 있지요. 아니, 실제로 갖고 있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그것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어주느냐의 문제입니다. 박근혜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박근혜의 애국심에 대해서는 모두 인정합니다. 그것이 밑바탕에 깔려있었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총체적 난국은 초래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애국심"이라는 것이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 있어서 이명박 정권은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애국심은 그 사람의 인성과 가치관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며 결코 일시적으로 연출할 수 없습니다. 없는 애국심을 있는 것처럼 억지로 포장하다보니 이번 "태극기 거꾸로 응원" 사건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그나마 도덕성과 능력이라도 갖추고 있다면 애국심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믿어달라고 호소할 수 있지만 도덕성, 능력, 애국심이 모두 없는 상황이다보니 국민들의 마음을 열 수가 없습니다. 왜 "노명박"이라는 비아냥을 듣는지 과연 이명박 정권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요? 그 핵심 역시 애국심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노무현이 적지않은(?)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의 마음으로부터 애국심을 전혀 읽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삼권분립 정신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국회의원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잇따른 망언을 통해 자신의 애국심이 바닥수준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 이명박 대통령이 서 있습니다. 수많은 독재와 탄압 속에서도 박정희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의 도덕성과 애국심에 대해 국민 절대다수, 심지어는 반대세력까지도 그 부분 만큼은 믿어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명박에게는 그와같은 믿음이 전혀 없습니다. 애국심이 없는 사람 곁에는 사욕으로 가득찬 사람들이 모여들기 마련이고, 본인 스스로가 애국심이 없다보니 그런 무리들을 분별할 능력도 갖고 있지 못합니다. 이것이 고소영-강부자가 등장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정말로 이명박이 "보수 르네상스" 시대를 열고 싶다면 이제라도 애국심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되새겨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는 벤치마킹 대상은 바로 박근혜입니다. 박근혜로부터 진정한 국가관과 애국심에 대해 몸을 낮춰 배울 것을 권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보수 르네상스"는 일장춘몽에 불과할 것입니다. (관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