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서울 송파구의 갤러리 무모(대표 이종)가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전속 작가 지원사업’에 선정된 전속 작가 3인을 아트페어 현장에서 동시 소개하며 차세대 작가군을 전면에 내세웠다.
10월 31일 2025 대구국제아트페어에서 만난 이종 대표는 2025년 상반기 해당 사업에서 자사 소속 작가 3명이 선정됐다며 “예술성과 장래성이 검증된 작가들에게 국가가 직접 성장 사다리를 제공하는 제도”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디아프에서 이 작가들이 상업적으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가 궁금하다”며 “그 결과가 앞으로 한국 미술시장에서 예술성과 상업성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대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즉흥성과 활력, ‘움직이는 그림 같다’ – 이현배
이 대표가 첫 번째로 소개한 작가는 이현배다. 전시 현장에 걸린 작품 ‘태풍’은 강한 라인, 반복되는 에너지, 즉흥적 붓질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회화 작품이다. 이 대표는 “‘태풍’은 작가가 3~4년간 치열하게 탐구해 온 자기 스타일이 응축된 대표작”이라며 “즉흥성, 활력, 살아 있는 에너지 자체를 화면 위에 바로 번역해낸 회화”라고 설명했다.
이현배 작가는 홍익대학교 출신으로 네덜란드 유학을 다녀왔다. 이종 대표는 “지금은 네덜란드 유학이 낯설지 않지만, 이 작가가 졸업하던 시기엔 국내에서 네덜란드로 가는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해외 체류 경험에서 비롯된 독특한 화풍,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면이 살아 움직이는 그림 같다”, “자기만의 화풍을 스스로 개척하려고 굉장히 고민한 작가”라고 평가했다.
◇ “사라지는 기억을 붙잡고 싶다” – 이도소
이어 소개된 이도소 작가는 물성 자체를 개념화한 작업으로 시선을 모았다. 세종대학교 한국학과 출신인 그는 벨벳 위에 동전으로 중첩해 쌓아 올린 구조물을 ‘행복한 나의 성’ 시리즈로 제시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도소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특히 어린 시절의 좋았던 기억이나 개인적으로 소중했던 감정이 지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는 “존재가 사라지는 그 순간조차 사라지지 않게 하고 싶다”는 갈망에서, 무(無)에 가까운 정서·기억을 물질적인 형태로 다시 세워 ‘살아 있게 만드는’ 조형 방식을 택한다. 이종 대표는 이를 두고 “없어질 것을 형태화해 남기는, 비존재를 존재로 끌어오는 작업”이라고 해석했다.
◇ 전통과 도시, 동양화의 현재성 – 김홍성
세 번째로 소개된 김홍성 작가는 동양화 기반의 회화 작업을 선보였다.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서울대학교 동양화 관련 박사과정을 마무리 중이며, 최근 광주은행이 운영하는 ‘광주화루’ 동양화 공모전에서 우수상(상금 1천만 원)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상은 남종화 대가 추사 김정희를 기리는 취지에서 시작된 전통 회화 부문의 전국 단위 대회로, 앞서 유근택, 이진주 등 한국 동양화·회화 세대 교체를 이끌어온 작가들도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는 상이다.
김홍성의 작업은 ‘도시인 시리즈’로 대표된다. 화면에는 도시적이고 각진, 거의 모던한 선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선이 지탱하는 배경은 전통적 산수, 수목, 서화적 터치다. 즉, 도시적 고립감과 전통적 미감을 한 화면에서 교차시키는 구성이 핵심이다. 한지 위에 먹과 안료를 중첩해 사실상 한지의 질감이 사라질 정도로 밀도 있게 쌓아 올린 화면은, 겉보기에는 서양 유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철저히 동양화의 기술과 감각 위에 서 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이 ‘이게 동양화라고요?’ 하고 가까이 와서 확인한다. 한지라고 하면 다들 한 번 더 놀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홍성은 현대 도시 생활에서의 쓸쓸함, 타지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차갑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늘 색깔의 컬러풀함’이라는 식으로 희망, 온기, 소통의 의지를 전통 동양 색감으로 번역해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양 유화의 채색 방식과는 전혀 다른 결로, 전통과 현재 도시정서를 동시에 껴안는다”고 덧붙였다.
◇ “국가가 주목한 젊은 작가들… 이제 시장의 답만 남았다”
갤러리 무모는 이번 디아프 참여를 계기로 ‘전속 작가 지원사업’ 선정 작가군도 분명히 했다. 이종 대표는 “정부 지원을 받은 작가는 이현배 작가, 이은미 작가, 김철환 작가, 그리고 홍준호 작가 등”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이들은 예술성과 성장 가능성 면에서 이미 공적 검증을 통과한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남은 질문은 단 하나”라고 잘라 말했다. “이들이 예술적으로 인정받는 것과 동시에, 실제 시장에서도 설득력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느냐입니다. 그 접점이 한국 미술시장 다음 국면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종 대표는 “아트페어라는 공간은 결국 제도와 시장이 만나는 시험장”이라며 “이번 출품이 한국 신진 작가 세대에게 하나의 답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