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단두대의 길목에서 먼저 깃발을 들었다. 그는 “한명숙호가 뭘 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민주당 인지도가 떨어지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누가 더 개혁적으로 비치는지 장담하기 어렵다. 박근혜를 뛰어넘는 과단성과 추진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실패할 것으로 본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새누리당 강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진보적 강령 실현할 인물들 전면배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들을 걸러내야 통합진보당과 연대도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다. 공천 임박하자 ‘아군’의 어두운 과거까지 공격 한 대표에게 “독하게 맘을 먹으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진보정권 수립의 조건으로 ‘좌파순혈주의’의 기치를 들었다. 조 교수가 깃발을 든 다음날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퇴출대상을 아예 꼭 찍었다. “김진표 원내대표를 비롯해서 홍재형, 강봉균, 이런 관료 출신 분들”이다. 평소 시장 기능을 존중하고 한미 FTA에 대한 합리적 해결을 모색한 의원들이다. 선 대표의 타깃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민주당 현역의원 절반”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특히 한 대표가 공천심사위원으로 임명한 노영민 의원을 “김진표 원내대표의 FTA 여야 합의안을 도왔던 사람"이라고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같은 공심위원인 조정식, 전병헌 의원까지 ”한미 FTA 협상파“로 분류했다. 공심위원은커녕 공천 받을 자격이 없다는 투다.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한 공격은 집요하다. "노무현 정부 초기 재벌 개혁 요구도 많았고, 또 부동산 거품을 빼자는 요구가 많지 않았나. 그런데 초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취임 일성이 법인세 인하로 재벌개혁을 포기하겠다는 신호를 줬던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교육부총리 때는 사립대학이 대학등록금을 무더기 인상할 때 방조했던 분“이라고 공격했다. 아예 ‘관료 독재파’라고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반값등록금 촛불시위 때는 이명박 대통령만 비난하더니 공천이 임박하자 ‘아군’의 어두운 과거까지 공격이다. 조국 교수와 선대인 대표가 지목한 “새누리당 강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40명에 가깝다. 인터넷에 떠있는 한미 FTA 찬성-절충파라는 ‘매국노’ 명단과 일치한다. 김진표(수원 영통)를 필두로 김성곤(여수갑) 김동철(광주 광산갑) 강봉균(군산) 노영민(청주 흥덕을) 박상천(고흥 보성) 신낙균(비례대표) 송민순(비례대표) 정세균(무안 진안 장수) 강기정(광주 북갑) 강성종(의정부을) 김부겸(군포) 김성순(송파병) 박선숙(비례대표) 박영선(구로을) 백원우(시흥갑) 백재현(광명갑) 변재일(청원) 송훈석(속초 고성 양양) 오제세(청주 흥덕갑) 박병석(대전서갑) 우제창(용인 처인) 방병완(광주남) 이낙연(함평 영광 장성) 전병헌(동각갑) 이성남(비례대표) 이용섭(광주광산을) 전혜숙(비례대표) 정장선(평택) 조영택(광주서갑) 조정식(시흥을) 조영택(광주서갑) 홍영표(인천부평을) 최인기(나주) 등이다. ‘MB 도우미’도 있다. 한미 FTA를 찬성한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박준영 전남지사 강운태 광주시장이다. 이들의 운명이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때처럼 경각에 달린 형국이다. 시장경제-자유민주주의 신봉자는 퇴출 영순위 민주당내 경제관료 출신들은 본인의 정치적 야심도 작용했겠지만 민주당 필요에 의해 차출됐거나 영입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급진-좌경 이미지를 실물경제 전문가들로 희석시키려는 의도다. 또 ‘경제에는 무능한’ 진보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한 속셈도 담겨 있다. 그러나 이제 ‘기쁨조’ ‘도우미’로서 그들의 역할은 끝나가는 모양새다. ‘부역’이라는 주홍글씨를 등에 새기고 공천에서 탈락하는 비운을 감수해야할지 모른다. 퇴출 영순위로 몰린 민주당 경제관료 출신들. 그들은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들이다. 이들은 민주당 소속으로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했어도, 연평도에 살인 포격을 가했어도 입을 다물며 정체성을 숨겨왔다. 북한이 핵실험 광란극이라는 반 시장적, 시장파괴적 행동을 자행했어도 DNA를 속이며 침묵해왔다. 북한인권법 국회표결에 반대하는 지도부에 눈 한번 흘긴 사실이 없다. 한미 FTA를 온몸으로 찬양했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안면을 “싹“ 바꿨어도 뒤에서 “쉬쉬”했을 뿐이다. 그런데 그들은 “집으로 가라”는 퇴출통보를 기다려야한다. ‘부역’의 대가가 쓰디쓰다. 조국 교수가 말한 “새누리당 강령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 대신 “전면에 배치해야할 진보적 강령 실현할 인물들”은 누구일까? 그는 당 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이학영씨 같은 분들은 호남이 키워야 할 인물”이라고 했다. 이학영이 누구인가? 이학영(60, 전북 순창)은 ‘남조선민족해방전선(南民戰)’ 전사로 5년 징역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학영이 가입한 남민전은 김일성에게 충성맹세문을 발송하고 연락원을 밀파하는 등 남한 내 폭력혁명을 통한 정권탈취와 체제전복을 획책한 초대형 간첩사건이다. 뿐만 아니라 이학영은 1979년 남민전 활동자금을 마련한다며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의 집을 턴 강도 전력까지 있다. 시인 김남주씨(94년 사망) 등 4명과 함께 유명 재벌인 최 회장 집 담을 넘어 들어가 최 회장 가족 등을 결박하고 금품을 뒤지다 가족 한 명이 포박을 풀고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힌 것이다. 혁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든 무엇이었든 ‘강도는 강도’다.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 냄새가 물씬 로베스피에르가 공포정치를 자행하면서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물가가 급등했고, 국민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특히 우유 값이 많이 올라 어린애들이 먹을 것이 모자라 난리가 났고, 이 소식을 들은 로베스피에르는 가축 사료 값이 올라 우유 값이 오른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사료 값 상한제를 고시하고 이를 어기면 사형에 처한다고 포고했고 실제로 이를 무시한 업자들을 단두대에서 공개 처형했다. 그러나 그 가격에 사료를 공급할 수 없었던 업자들은 공장을 세웠다. 사료 공급은 더 감소했고 젖소가 감소하면서 우유 생산량이 더 줄어들고 우유 값은 더 치솟았다. 결국 로베스피에르는 권좌에서 쫓겨나 루이 16세를 처형한 단두대에 목을 내놓아야 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을 새삼 소개한 이유는 조국 교수나 선대인 대표의 서슬 퍼런 ‘인적 청산’ 교시에서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와, 아프간의 이슬람 원리주의자 탈레반의 냄새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손 학규 전 대표가 걱정이다. 대권을 노리고 총선 출마까지 포기했는데 민주당을 휩쓰는 이슬람 원리주의 같은 ‘좌파순혈주의’에서 어떻게 버텨나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으로부터는 ‘배신자‘로, 민주당의 탈레반으로부터는 ’혼혈튀기‘로 외면당하는 신세가 손 전 대표인가? 오윤환<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