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타임즈 마태식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의 권리구제 기능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였다. 최근 5년간 인권위의 권고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기각률은 사상 처음 40%를 넘어섰다. 기각과 각하를 합치면 전체의 90%에 육박해,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 10건 중 9건이 실질적인 구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된 것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인권위 진정 접수 및 처리결과」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5.4%였던 인권위의 기각률은 2021년 31.6%, 2022년 35.6%, 2023년 39.7%로 상승했고, 2024년에는 40.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각 건수는 2020년 2,343건에서 2023년 4,810건, 2024년 4,130건으로 증가했다. 인권위가 “인권침해로 볼 수 없다”며 조사를 종결하는 기각 결정이 급증하면서, 피해자 구제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반면 권리구제율은 같은 기간 급락했다. 2020년 17.5%였던 권리구제율은 2021년 12.7%, 2022년 12.7%, 2023년 12.1%, 2024년 10.2%로 감소해, 인권위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권리구제율은 수사의뢰, 조정, 권고, 고발, 징계권고, 법률구조, 긴급구제, 합의종결, 조사 중 해결 등으로 진정인이 실질적 구제를 받은 비율을 의미한다.
소위원회별 권고율 ‘급락’… 침해1소위 2.2%, 아동소위 9.4%
소위원회별 권고율 분석에서도 인권위의 기능 약화는 두드러졌다. 특히 침해구제 제1소위원회(소위원장 김용원)의 권고율은 2020년 9.5%에서 2023년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2024년에는 2.2%로 추락했다.
해당 소위는 경·검찰·국정원·입법부·사법부 등 수사 및 사법기관의 인권침해를 다루는 핵심 부서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책임져야 할 최전선이지만, 지난해 처리된 1,101건 중 단 24건만이 권고 조치됐다.
아동권리위원회(위원장 이충상) 역시 2020년 30%였던 권고율이 2023년 18.1%, 2024년 9.4%로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장애·차별 등 차별분야보다 침해분야(수사·군·아동 등)의 권고율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군인권보호위원회는 2022년 출범 이후 2024년 6.2%에 머물렀다.
특히 군인권보호위원회 위원장 김용원 상임위원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특검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이처럼 모든 소위원회의 권고율이 하락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국민이 직접 체감하는 인권보호의 실효성은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인권 인사 장악한 인권위… 입법개혁으로 바로잡아야”
신장식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인권위의 모든 지표가 악화됐다”며 “2024년 권리구제율은 역대 최저인 10.2%, 기각률은 역대 최고인 40.5%를 기록했다. 차별분야를 제외한 모든 소위원회의 권고율도 최저 수준으로, 2020년 대비 권리구제 건수는 36% 감소하고 기각 건수는 76%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반인권적 인사들이 인권위를 장악한 결과, 국민의 최후 보루였던 인권위가 제 기능을 상실했다”며 “이미 발의한 인권위 기능 회복을 위한 입법개혁안을 조속히 논의해, 연내에 통과시킴으로써 인권위가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본연의 역할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