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19·단국대)은 경기 전 긴장 완화를 위해 음악을 듣는다. 이어폰을 낀 채 수영장에 입장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어떤 음악을 듣느냐는 기자 질문에 "가요를 주로 듣는데 곡명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고 웃었다. "결전의 날"을 상상하면서 마음을 달래는 선수들도 있다. 22세 동갑내기 태권소녀 황경선(한국체대)과 임수정(경희대)은 잠자리에 들기 전 매트 위에 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황경선은 "관중의 함성과 카메라 셔터 소리를 듣는데 상상 속 경기 결과는 언제나 통쾌한 승리"라고 말했다. 양궁의 주현정(26·현대모비스)도 노트북 컴퓨터 바탕화면에 베이징 경기장 모습을 저장해 두고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본다. 그는 "첫 올림픽 출전이라 긴장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이 많지만 그런 말은 한귀로 듣고 흘린다"며 "베이징 경기장과 비슷한 환경에서 모의 연습을 하며 긴장감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정반대인 선수도 있다. 레슬링 여자 자유형 48kg에 출전하는 김형주(24·마산시청)는 경기 장면을 아예 떠올리지 않는다. 그는 "잠들기 직전 머리 속을 모두 비우고 명상에 잠긴다"며 오로지 연습으로 긴장감을 덜어내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선수촌 내 심리 박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선수들은 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 전문 심리 박사 4명과의 상담을 통해 코치와 감독에게 쉽사리 풀어놓기 어려운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심리 상태를 점검받는다. 한달에 1∼2회 상담이 진행되는데 내성적인 성향의 선수들은 좀더 자주 받는다. 박태환과 함께 수영 메달권으로 촉망받는 정슬기(20·연세대)는 일주일에 한번 상담을 받는다. 레슬링과 유도, 태권도 선수들을 상담하고 있는 김용승 박사는 "불안감과 긴장감에 대한 원인을 찾고 그것을 긍정적인 사고, 자신감으로 바꾸는 인지치료가 주된 상담 방식이며 여기에 선수 개개인 선호도에 따라 방식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양궁과 역도 담당 김병현 박사도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부쳐진다"며 "상담사가 연습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상담을 진행할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